알레르기 유발물질 25종, 알러젠 표기 의무
# 화장품법, 화장품규제, 알레르기 유발물질 25종, 알레르기 성분 표시, 알러젠, 알레르겐
가끔 손을 씻고 나면, 괜히 재채기가 날 때가 있다.
찬물 때문인가 싶어 따뜻한 물로도 씻어봤지만, 여전히 콧물이 흐르고 코가 간질간질하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준 핸드크림을 바르고 또 재채기를 했다.
그제서야 눈치챘다.
아, 이건 화장품 때문이구나!
화장품에는 제품 특유의 향을 위해 향료, 즉 착향제(Fragrance)가 들어간다.
특히 핸드워시나 핸드크림처럼 감성을 자극하는 제품일수록 향의 비율(부향률)이 꽤 높은 편이다. 문제는 이 향료 중 일부가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알레르기 유발물질(알러젠, 알레르겐)”이라고 부르는데, 유럽연합(EU)에서는 대표적인 25가지 성분을 지정해 화장품에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¹우리나라 화장품규제 역시 이 규정을 적용하고 있으므로, 해당 성분이 포함된 화장품에는 성분 목록에 꼭 표기해야 한다. 예를 들어, 리날룰(linalool)이나 리모넨(limonene), 시트랄(citral) 같은 이름을 본 적이 있다면,
그게 바로 그런 향료들이다.
「화장품 사용 시 주의사항 및 알레르기 유발성분 표시에 관한 규정」
[별표2] 착향제의 구성 성분 중 알레르기 유발성분
아밀신남알│벤질알코올│신나밀알코올│시트랄│유제놀│하이드록시시트로넬알│아이소유제놀│아밀신나밀알코올│벤질살리실레이트│신남알│쿠마린│제라니올│아니스알코올│벤질신나메이트│파네솔│부틸페닐메틸프로피오날│리날룰│벤질벤조에이트│시트로넬올│헥실신남알│리모넨│메틸 2-옥티노에이트│알파-아이소메틸아이오논│참나무이끼추출물│나무이끼추출물
궁금한 마음에 가방 속 화장품을 꺼내 성분표를 들여다봤다.
‘향료’라고만 적힌 제품은 고시된 25가지 성분에 포함되지 않는 향료를 쓴 것이고, 그중 내가 쓰는 핸드크림에는 ‘리모넨’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 이걸 쓸 땐 재채기가 나지 않았다. 적어도 내 몸은 리모넨 정도는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화장품 성분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겐 기분 좋은 향이, 누군가에겐 재채기와 가려움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천연 성분이라고 해서 알레르기를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리날룰, 리모넨 같은 성분도 원래는 자연에서 얻은 에센셜오일 성분들이지만 자연 유래 성분도 얼마든지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
복숭아가 어떤 사람에게는 가장 맛있는 과일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보기만 해도 피부가 붉어지는 ‘알레르기 유발 식품’이 될 수 있는 것처럼. (※ 사진만 봐도 간지럽다면 그건 기분 탓이다.)
그러니 “이 성분이 문제인가?”라며 지나치게 걱정하기보다는, 내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중심으로 관찰하고 조절하는 편이 더 좋다. 그래도 민감성 피부, 아토피 피부, 알레르기 체질을 가진 사람들은 주의가 필요하다. 재채기 정도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체질이라면 무향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U은 2026년부터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있는 향료 성분 표시 대상을 80가지로 확대한다.²그만큼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우리나라는 EU 규제를 참조해 화장품 제도를 설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국내 화장품법이나 고시에서도 알러젠 표기 기준이 변경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화장품 브랜드 입장에선 표기 의무가 늘어나는 것이 다소 번거로울 수 있지만, EU 시장에 진출하려는 브랜드라면 새로운 목록을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¹ 국내에서는 ‘향료’라고 표시된 성분이 실제로 어떤 성분인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식약처에서 지정한 알레르기 유발 성분이 들어 있는 경우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때는 '향료'라고 뭉뚱그릴 수 없고, 성분 이름을 따로 표시해야 한다.
² 유럽은 한발 나아가고 있다. 2026년 7월 31일부터는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향료 성분을 80개 이상으로 확대 적용되며 이를 화장품에 표시해야 한다. 또한 그 이전에 생산ㆍ판매되던 제품이라 해도 이 표기를 지키지 않는다면 2028년 7월 31일 이후에는 더 이상 유통이 허용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