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외선 차단제, 잘 바르고도 건강 망치는 이유

‘이렇게’ 덧바르고 있나요? │법이 알려주는 주의사항

by Elly K

# 화장품법, 화장품규제, 화장품 주의사항, 에어로졸, 고압가스, 자외선차단제


여름 한가운데.

한 달 전과 비교하면 피부톤이 전체적으로 어두워진 것이 느껴진다.

뜨거운 태양과 습한 대기가 피부를 괴롭게 한다.


요즘 주변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피부 고민은 자외선 차단제와 관련된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많은 이들이 묻는 질문은 이것이다.

"자외선 차단제를 자주 덧발라야 한다고 하는데, 메이크업 위에는 어떻게 바르죠?"




자외선 차단제를 바를 때는 500원짜리 동전 크기만큼 듬뿍 바르고, 두 시간마다 덧발라야 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파운데이션이나 여타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에도 자외선 차단 성분이 들어 있긴 하지만, 한 겹 얇게 발리는 이 제품들만으로는 한여름을 강한 자외선을 막기엔 역부족. 그렇다고 메이크업 위에 선크림을 덧바르면 하면, 애써 공들인 메이크업이 무너져버릴 것이 뻔하다.

이런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최근에는 선스틱, 선쿠션, 선팩트 같은 제품들이 등장했다. 메이크업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도 자외선 차단 기능을 보완할 수 있도록 돕는 아이템들이다. 또 하나의 인기 있는 선택지는 미스트형 자외선 차단제이다. 메이크업 위로 가볍게 분사하면 손에 묻히지 않고도 고르게 도포할 수 있어 매우 간편해 보인다. 하지만 바로 이 간편함이 예기치 못한 위험을 불러올 수도 있다.



미스트를 사용할 경우, 자외선 차단 성분이 눈, 입, 코의 점막이나 호흡기를 통해 체내로 흡수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자외선 차단 성분뿐 아니라 화장품에 포함된 각종 첨가물은 원래 ‘피부와 모발’에 사용하는 것으로 한정돼 있다. 우리나라 화장품법상, 제품이 점막에 닿거나 체내로 흡수되는 경우는 의약품이나 의약외품으로 분류되어야 한다(참고로 외국에서는 치약이 화장품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는 구강에 사용하는 치약을 의약외품으로 관리한다). 즉, 우리나라에서 ‘화장품’으로 등록된 제품은 점막 흡수 시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정밀하게 검토할 의무가 없다. 하지만 미스트처럼 분사형 제품은 쉽게 눈, 코, 입 주변에 닿거나 흡입되기 쉬워 이런 안전의 사각지대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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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화장품”이란 인체를 청결ㆍ미화하여 매력을 더하고 용모를 밝게 변화시키거나 피부ㆍ모발의 건강을 유지 또는 증진하기 위하여 인체에 바르고 문지르거나 뿌리는 등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사용되는 물품으로서 인체에 대한 작용이 경미한 것을 말한다. 다만, 「약사법」제2조, 제4호의 의약품에 해당하는 물품은 제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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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외선 차단 성분이 점막을 통해 흡수되었을 때 어떤 부작용이 생기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기억하고 있다. 당시 사용된 CMIT/MIT 등의 성분은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호흡기 점막을 통해 흡수됐을 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이처럼, 특정 성분이 체내로 흡수되었을 때 예기치 못한 독성을 나타낼 수 있다는 점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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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2018년 5월 미국 하와이주 의회는 바다에 서식하는 산호초를 보호하기 위해 대표적 자외선차단성분인 옥시벤존(oxybenzone, 벤조페논-3)과 옥티녹세이트(octinoxate, 에틸헥실메톡시신나메이트)가 포함된 제품의 판매를 금지하는 법률안을 통과시켰다(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나라들은 아직 이 성분들을 사용한 화장품을 판매할 수 있다). 이 성분들이 산호와 해양 생태계를 괴롭히는 주범으로 지목됐기 때문.

이처럼 어떤 화학 성분의 유해성은 시간이 지나고, 환경이나 생체 내에서 축적되었을 때에야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점막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있는 방식으로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는 것은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저 기우(杞憂)로 넘길 일이 아니다.

실제로 식약처 고시 ‘화장품 사용할 때의 주의사항 및 알레르기 유발성분 표시에 관한 규정’ 제2조에서는

분무형 자외선 차단제의 경우 "얼굴에 직접 분사하지 말고 손에 덜어 얼굴에 바를 것"이라는 주의 문구를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아직 과학적으로 명확히 밝혀진 위험은 없더라도, 예방 차원에서 권고되고 있는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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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사용할 때의 주의사항 및 알레르기 유발성분 표시에 관한 규정」[별표1]

‣고압가스를 사용하는 에어로졸 제품: 눈 주위 또는 점막 등에 분사하지 말 것. 다만, 자외선 차단제의 경우 얼굴에 직접 분사하지 말고 손에 덜어 얼굴에 바를 것

‣고압가스를 사용하지 않는 분무형 자외선 차단제: 얼굴에 직접 분사하지 말고 손에 덜어 얼굴에 바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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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태양으로부터 피부 건강을 지키기 위해 자외선 차단제는 필수. 그리고 자외선 차단제를 제때 적절히 덧바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습관이다. 하지만 좋은 습관도 잘못된 사용법으로 실행된다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어떻게 바를지'까지 신중히 고려하는 것.

그것이 진짜 피부 건강을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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