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핸드크림을 바르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 화장품법, 화장품규제, 화장품 유형, 피부 투명층, 엘라이딘
어느 여름날,
무더위를 식히겠다며 동료가 세수를 하고 돌아왔다.
그러더니 책상 위에 놓인 핸드크림을 쭉쭉 짜서
망설임도 없이 얼굴에 슥슥 바르기 시작했다.
“OO씨… 핸드크림을 얼굴에 바른 거야?”
동료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난 피부가 너무 건조해서. 나름 괜찮더라고.”
"그래… 핸드크림이 기름지긴 하지."
그치만, 정말 괜찮은 걸까?
피부는 모두 같을 것 같지만,
손과 얼굴은 피부 구조가 다소 다르게 생겼습니다.
얼굴과 손의 표피 구조를 그려보았습니다. (그림 실력은 눈감아주세요 :D)
차이가 보이시나요? 손에는 얼굴엔 없는 투명층이라는 구조가 존재하죠.
이 투명층은 과립층과 각질층 사이에 위치한 반유동성의 표피층인데요. 손바닥, 발바닥 등 두꺼운 피부에서만 발견됩니다. 투명층을 구성하는 세포는 케라토히알린에서 유래된 투명한 단백질인 엘라이딘(Eleidin)을 포함하고 있어 반투명하며 수분이 침투하는 것을 어느정도 막는 기능을 합니다.
물속에 오래 있으면 손과 발바닥만 유독 쭈글쭈글해지는 걸 본 적이 있나요?
각질층은 수분을 흡수하면서 부피가 늘어나지만, 그 아래층은 그렇지 않아 표면이 울퉁불퉁해지는 현상이랍니다. 게다가 얼굴은 피지선이 밀집되어 있어 유분 밸런스가 중요한 부위죠. 컨디션에 따라 너무 건조하거나 너무 번질거려지기 일쑤인 변덕스러운 부위이기도 합니다. 반면 손은 피지선이 거의 없어 상대적으로 더 건조하고 거칠어지기 쉬워요.
화장품 브랜드도 물론 이 사실들을 알고 있습니다. 이런 생물학적 차이가 화장품이 피부에서 작동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도 말이죠. 그래서 손 전용 제품에는 손 피부에 맞는 처방을 합니다. 예를들어, 수분을 끌어들이는 보습제(Humectant)를 넣기보다는 차라리 피부 장벽을 덮어주는 밀폐형 보습제(occlusive)를 더 많이 포함시키는 거예요. 이러한 차이로인해 손에 발랐을 땐 편안했던 성분도 얼굴에서는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화장품법 체계 안에서 핸드크림은 ‘기초화장용 제품류’로 분류됩니다.
아래 인용된 규정의 11가지 제품류 중 '로션, 크림' 그리고 '손·발의 피부연화 제품'이 핸드크림에 해당할 수 있을 거예요.
화장품 사용할 때의 주의사항 및 알레르기 유발성분 표시에 관한 규정 [별표 1]
1. 화장품의 유형
카. 기초화장용 제품류
1) 수렴·유연·영양 화장수(face lotions) │ 2) 마사지 크림 │ 3) 에센스, 오일 │ 4) 파우더 │ 5) 바디 제품 │ 6) 팩, 마스크 │ 7) 눈 주위 제품 │ 8) 로션, 크림 │ 9) 손·발의 피부연화 제품 │ 10) 클렌징 워터, 클렌징 오일, 클렌징 로션, 클렌징 크림 등 메이크업 리무버 │ 11) 그 밖의 기초화장용 제품류
여기서 유독 주의해서 볼 제품은 “손·발의 피부연화 제품”에 해당하는 핸드크림입니다. 이런 핸드크림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저도 화장대에서 바로 찾을 수 있었어요. (좌측의 사진은 승무원 핸드크림이라고 불리며 유행하다가 현재에도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평범한 핸드크림이죠.)
핸드크림에는 건조한 손의 각질을 부드럽게 하면서 보습감을 주는 '우레아' 성분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레아(Urea)는 NMF(천연보습인자)의 일종이며, 각질을 녹여 피부를 부드럽게 하는 기능이 있어요. 이런 효능은 손·발의 굳은살, 갈라짐 완화에 매우 좋지만, 얼굴에 지속적으로 작용했을 때 오히려 과도한 턴오버 주기로 인해 피부 장벽을 약화시키고 민감하게 만들 위험이 있죠. 특히 눈가나 볼처럼 얇고 민감한 부위에 반복적으로 사용될 경우 가려움, 따가움, 붉어짐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모르고 우레아가 포함된 핸드크림을 얼굴에 사용한 후, AHA·BHA 등 각질 용해기능이 있는 성분을 중복해서 사용하게 된다면 얼굴 피부는 비명을 지를지도 몰라요.
화장품샵에서 핸드크림을 고를 때 테스터를 손에 짜서 발라보고 바로 코에 가져다댄 경험이 있지 않나요? 핸드크림은 '감성'과 ‘기분’의 영향을 많이 받는 화장품이에요. 향기로 인한 만족도가 구매에 큰 영향을 주죠.
그래서 일반적으로 페이스크림보다 훨씬 많은 향료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고, 그 향은 손에 쓰는 기준에 맞춰 조향됩니다. 그러나 얼굴에게 이런 과한 향기는 독이될 수 있어요.
제가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아토피 피부나 민감성 피부를 가진 사람에겐 향료 성분은 딱히 좋지 않죠.
[이전글 참고: 손 씻었는데, 왜 재채기날까? 재채기의 원인이 핸드워시? │알러젠 표기 의무]
결론은 이렇습니다.
얼굴에 바를 핸드크림을 신중히 골라쓸 것이 아니라면,
핸드크림은 얼굴에 바르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고백하자면,
저도 지난 겨울엔 정말 어쩔 수 없이 발라본 적이 있습니다...
볼이 너무 땅길 때, 가방엔 핸드크림 하나만 있을 때.
얼굴 가장 바깥쪽, 메이크업 없는 부위에 아주 소량만 톡톡. ;-)
큰 문제는 없었지만, 이렇게 따지고 보니 절대 습관이 되면 안 될 것 같네요.
핸드크림은 손에게 양보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