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만든 것이
신의 두 번째 실수였다.
-프리드리히 니체
처음 니체의 문장을 깊이 있게 사색하기
시작했을 때에는
그 문장의 강렬함에 멈칫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그와의 만남을 거듭할수록
그는 나로 하여금 더 진솔한 내면으로 파고들게 한다.
군더더기가 없으니,
문장을 바라보는 나 또한 솔직해진다.
신이 인간을 만들어 낸 이후,
우리 인간은 수없이 많은 만행을 저질러왔다.
신이 보시기에 결코 예쁘기만 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신은 다시 여자를 만들었고,
두 번째 실수를 저질렀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나의 실수담을 풀어놓으라 하면
한두 가지가 아닐 테지만,
그야말로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실수라 하면
그건 결혼일 테다.
결혼 이후로도 나는 나의 활동에 별다른 제약 없이
결혼 전과 마찬가지로 잘 살아낼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하였지만, 그건 오만이었다.
6년의 연애 끝에 사랑으로 결실을 맺었건만,
결혼은 한 사람이 잘한다고 저절로 풀릴 수 없는
'공동 운명체'였다.
사랑했고 확신했기에 결혼까지 했지만,
이십 년 그 이상을 전혀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이 만났으니, 티격태격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나
둘 중 하나가 참아 주거나 혹은 폭발하는 일은
어쩌면 당연히 겪어내야 할 일이었다.
결혼은 사랑 그 이상이 필요했다.
그렇게 좌충우돌하는 시간을 겪어내며
한 번씩은 결혼이 아닌
'싱글'의 삶을 상상해보기도 했다.
내 능력 껏 벌고 즐기는 그런 삶.
하지만 실수란 이미 저질렀기에 알 수 있는 것.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나의 실수를 인정해야 했다.
'이건 정말 엄청난 실수다'
그리고 결심하게 되었다.
나에게 '두 번째 실수'는 없을 것이다.
그 이후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
오늘, 우리에게 충실하는 수밖에.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것이 아닌
지키고 가꾸고 공을 들여본다.
두 아이가 특히 어렸을 적, 일과 양육을 병행하며
내키는 대로 감정을 쏟아내곤 했다.
정제되지 않은 말은 화살이 되어 날아갔다.
날뛰는 감정을 추슬러야 했다.
다른 도피처를 찾고 싶지 않았다.
두 번째는 없어야 했기에.
싸움을 회피하기 위해 억지로 참아내는 것이 아닌,
진정한 배려와 따뜻한 눈빛이 필요했다.
사랑을 더 많이 표현하기 시작했다.
입을 맞추고, 안아주고, 친절하며 상냥하게 대한다.
나 잘하는 것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주변을 먼저 따뜻하게 챙긴다.
사랑으로 시작한 결혼을 사랑으로 지켜낸다.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고 싶지는 않다.
이번 실수는 한 번이면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