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의 바다는 넓고도 깊다

에머슨의 사색

by 엘샤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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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reeks combine the energy of manhood

with engaging unconsciousness of childhood.


Ralph Waldo Emerson


한 권의 책 속에서 나에게 와닿는 문장을

뽑아내는 일이 쉽지 않다.

하지만 이전, 니체의 문장 필사와 사색을

통해 문장을 음미하고

이를 바탕으로 나의 경험을 풀어내는 일이

어떤 의미였는지 그 누구보다

나 자신이 여실히 알고 있기에

이 시작을 단단히 붙잡고 끝까지 가보련다.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고

그 안에서 핵심이 되는 문장을 골랐다.

이미지에 문장을 넣고 보니

manhood와 childhood의 각운이 맞춰졌다.

그저 원서를 쭉쭉 읽어내려 가기만 했다면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문장이다.


그가 언급하는 The Greeks라 함은

서구문명의 토대이자 근간이 되는 핵심이다.

이를 바라보는 에머슨의 시선에서는

감동과 감탄이 그대로 스며들어 있다.

그가 언급한 어른의 에너지와

아이만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적인 무의식의

만남 속에서 나는 '몰입'을 보았다.

내가 속한 시간과 공간에 푹 빠져서

'무아지경'에 이르는 시간,

내가 존재하는 주변으로 모든 것이 아득해지면서

그저 순수하게 나의 무의식 저변으로 거침없이

빨려 들어가는 그 순간에

창의적 영감이 솟구친다.


이에 대해 일본 작가 '사쿠라이 쇼이치'는

'중립 감각'이라 표현했다.

소리 없는 긴박감 속에서 내가 있던 곳이

아무런 사고도 감정도 솟구치지 않는

불가사의한 장소로 변모된 지점에서 느끼는 감각으로

이러한 감각이 체득되었을 때에 '몰아 상태'로

매끄럽게 옮겨가기가 수월하다고 말한다.


수천 명이 거대한 축구경기장에 글짓기대회를

위해 모였다. 경기장 한편에 자리를 잡았고

글감이 제시되자마자 글을 써보고자 분주한데,

처음에는 그저 집중이 되지 않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글감을 붙잡고 몇 번을 끼적거리다가

문득 아이디어가 떠오르면서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게 글을 썼다.

완전한 '몰아(沒我)'상태에 접어든 것이다.


성인으로서의 에너지와 아이 같은 천진난만한 무의식의

결합을 만나는 경험이 나에게는 글을 쓸 때에

온전히 발현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나는 적극적으로 나를 그러한 중립감각 속에

몰아감으로 '몰아 상태'를 더 자주 경험하려 한다.

신기한 건, 그런 경험의 끝에 다소 진이 빠지는 건

부인할 수 없지만, 이 진이 빠진다는 게

나를 소진시킨다기보다

나를 소생시킨다는 표현이 더 적확하겠다.


앞, 뒤 안 가리고 달려드는 그런 나를 보고

남편은 '총량의 법칙'을 운운했다.

혹여나 후에 글감이 떨어져 괴로워하게 될

나를 걱정해서 한 말이었다.

하지만 글을 쓰면 쓸수록 더욱 확신하게 된다.


무의식의 바다는

넓고도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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