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할 수 있다면,
우리의 양손과 가슴에 기쁨이 가득할 것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2013년에 결혼하고,
2014년에 바로 첫째 아이가 태어났다.
고3 입시생들이 많았기에 아이 낳으러 가는
전날까지도 수업에 여념이 없었다.
딱 한 달 몸 풀고 바로 수업에 복귀했다.
가슴이 불고, 몸은 무겁고,
손목 마디마디는 쑤셨다.
이제 막 태어난 아이가 눈에 밟혔다.
하지만 학생들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기로 했다.
그렇게 수업을 시작하다 보면,
출산으로 인한 몸의 고단함과 아이 생각은 어느덧
사라지고, 수업에 몰입하는 나를 발견한다.
나에게 에너지가 남아있을까 싶은 바로 그때
에너지가 샘솟아 흥에 겨워 목소리가 커진다.
2016년 5월, 둘째의 임신소식을 알게 되고
2017년 1월 둘째를 출산하게 되었다.
어김없이 고3 입시생들이 어느 때보다 많아
딱 한 달 몸 풀고 바로 수업에 복귀했다.
아무래도 첫째 때보다는 요령이 생겨서
마음의 부담은 덜하였지만, 몸이 피곤한 건 매한가지였다.
엄마의 손길이 가장 필요할 때,
어쩐 일인지 나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도
가장 많았다.
일과 양육으로 정신없던 때다.
다른 건 내 삶에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었다.
남편이 도와주고, 시댁에서 도와주고,
때로는 친정 엄마도 달려 오시며,
베이비시터까지 있었지만,
더 오랜 시간 내 손으로 아이를 돌보고 싶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3년이 그렇게 중요하다는데,
이 시간을 우리 아이에게 더 쏟아부어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 또 고민이었다.
하지만 세상의 답이 아닌, 나만의 답을 찾아야 했다.
내 아이를 위하는 마음으로
학생들을 가르쳐 보기로 방향을 선회하였다.
그 마음이 학생들에게까지 전달되었는지
시험 결과도 만족스럽게 나왔다.
남편 또한 사업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바쁜 나를 대신해서 틈틈이
두 아이를 돌봐야 했기에 되려 그 시기를
버티고 또 버틸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나는 한번 내 손으로 해야겠다 마음먹으면
주도적으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그 힘을 주어야 할 대상을
내 아이가 아닌 학생들에게 돌리는 결정을 했다.
모성애 강한 엄마에게는 어려운 결정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결정으로 되려 불안한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아빠는 아이들과 추억을 더
쌓을 수 있었으며, 남편과 나는 각자의 역할에
충실함으로 불필요한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
아직도 나는 세상이 말하는 정답에 혹하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그 정답이 나에게는 정답이 아닐 수도 있음을
알기에, 내 삶의 흐름을 다각도로 보려고 노력한다.
분명한 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생각할 때에
더 벌고 싶고, 더 잘하고 싶고, 더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원동력이 된다는 사실이다.
내가 소중해서 나만 생각하기도 바쁜 이 시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