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15일, 브런치를 알게 되고 지원해서 하루 만에 승인이 났다. 그리고 몇 편의 글을 쓰다가 묵혀 두었다. 블로그 관리만으로도 벅찼기에. 블로그에도 나름 글을 쓰긴 했는데, 그저 '발행' 버튼을 누르는 카타르시스가 더 컸다고 해야 할까. 문장을 필사하고 필사한 문장에서 나만의 사색을 뽑아 한 편의 글을 완성해 나갔는데 글은 달라도 구조가 비슷해 보이니 모두 같은 글처럼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일상 관련 인증글도 쓰고 있었기에 주제도 분리할 겸 글 쓰는 분위기를 바꿔보자 싶어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기 시작했다.
한참 블로그에 공을 들일 때에 열심히 '서로 이웃'을 신청하여 이웃을 늘렸다. 하지만 '브런치'에서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시간을 들여 글을 읽고 그 생태계를 알아가기로 했다. 무리하게 과도한 의욕을 앞세워 욕망을 태우지 않기로 했다. 시간 여유가 허락하는 만큼 아주 조금씩 애정을 쏟음으로 글과 글이 만나는 그 지점을 그저 겸허히 기다리기로 했다.
"빨리 성장하는 것은 쉽게 시들고 서서히 성장하는 것은 영원히 존재한다." -조쉬아 홀랜드
처음 나의 글은 쏟아내기 바빴다. 글을 쓰면서 느끼는 해방감이 너무나 좋아서 나는 심취했다. 글쓰기에 심취하고, 글을 쓰는 내 모습에 심취했다. 무언가에 빠져버리면 홀딱 빠져버리기에 쉬이 제어가 안된다. 흡사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차를 운전하는 사람의 꼴이다. 그래도 써야지만 숨통이 트였기에 나 하고 싶은 대로 두었다. 두어 보기로 했다. 잘 쓰고 못쓰고를 떠나서, 일단 쓰면 길이 보이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에 기댔다. 그렇게 날마다 멈추지 않고 써보니, 내 안에 차곡차곡 숨을 불어넣음으로 단단하게 내면이 다져지는 것이 보였다. 꼬박 그 내면을 채우는 임계점을 채워 나가고 나서야 시야가 조금씩 넓어졌다.
그의 글이 보였고, 읽혔다.
그녀의 글이 보였고, 읽혔다.
책이 전하지 못하는 '지금, 여기'에서의 브런치작가들의 단상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글이 나비처럼 나의 마음에 살포시 앉은 그 순간에 나는 되려 댓글을 남기지 못하고 주저한다. 어쩌다 댓글을 남겨볼까 하지만, 댓글 안에 내 마음을 온전히 담지 못하니 되려 '내 언어의 한계'에 부딪히고 쓰기를 포기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직접 대면함으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제스처들이 제거된 상태에서 오직 글만으로 마음을 보여주려니 나의 댓글은 서툴기 짝이 없다. 손톱보다 작은 이모티콘 하나도 허락하지 않는 브런치다.
그런데 그 장벽들이 나의 마음을 흔들어댄다. 그와 그녀의 글을 기다리게 한다. 그래서 요즘 그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궁금해하게 한다. 내 안의 사유 속을 정신없이 헤매느라 분주했던 사람이 당신의 사유도 궁금해졌다. 평범하다 치부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일상이 작가의 사색을 입어 예술이 됨으로 내 안에 공명한다. 고작 몇십 명의 구독자가 그와 그녀의 모습을 전부 보여주는 것이 아님을 알아가고 있다. 그래서 감히 나는 이따금씩 주고받는 소통에 감격한다. 당신의 글 속에 '무라카미 하루키'가 있다. 당신의 글 덕분에 나도 이제 나의 글이 어떤 글이었으면 좋겠는지 취향이란 게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