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의 것에 나만의 야릇함이 생겼다

by 엘샤랄라

<인간 실격>이라는 책을 통해 '다자이 오사무'를

처음 알게 되었다. 책을 읽을 때에는 우선 내용에 빠진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작가의 독특한 문체를 느낀다. '완독'하였다 기록은 하지만, 나는 안다. 그의 문체, 묘사, 목소리가 다른 책을 읽을 때에 불현듯 튀어나오고, 또 잔잔히 그리움을 남긴다는 것을. 그렇게 해서 나의 무의식에 자리를 잡는 작가들이 생겨난다. 그리고 또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다시 그 작가를 만나고 싶은 바람은 결국 이루어진다.


5월 1일, 누군가에게는 휴일이었지만, 나는 아니었다. 산에 가기로 작정하였으나,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모임에서 읽기로 한 책이 있어 자리를 잡고

가져왔던 책을 읽다가 주의를 환기시킬 겸 서가를 기웃거렸다. 직업인이 되고, 결혼을 준비하며, 엄마가 되면서 실용서 위주로 읽던 나는, 마흔이 넘으면서 다시 '문학'을 찾고 있다. 그간 살아온 나의 일상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기에 이제야 문학 속 등장인물들의 삶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는 안목이 생긴 건지 '읽는 재미'가 참으로 쏠쏠하다. 그리하여 이 날도 '신간코너'에서도 눈에 확 띄는

서가가 아닌, 뒤로 돌아야 있는 '문학' 쪽을 기웃거렸다.


한 권, 한 권, 책을 고르는데 예전처럼 덥석 골라지지 않았다. 이왕 읽는 거, 가볍지 않았으면 좋겠고, 내 안의 문제를 건드리는 신선함이 있었으면 좋겠고, 기존 체제를 탈피하는 혜안이 고팠다고 해야 할까. 그렇게 나는 한참을 '더듬거리다가', <에세이>를 모아 놓은 청구기호 속에서 '다자이 오사무'를 만났다.


작가들이 워낙 장르를 불문하고 쓰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의 '산문'이라니. 그렇다면 더 그의 목소리가 꾸밈없이 드러나지 않겠나 하는 기대감이 차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인간 실격> 안에서 내가 느꼈던 자조적이면서 엉뚱한 위트, 그리고 한 번씩 머리를 내리치는 듯한 문장들을 마주하게 되었으니 결국 나는 도서관에서 읽고 반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긴 연휴를 빌미로 광화문 <교보문고>를 찾아가 책을 구매하고야 말았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니, 줄도 치지 말고, 책만 꼭 붙잡고 읽자 하였는데 결국 인덱스를 야금야금 붙였더랬다. 몇 개만 붙이자 하였는데, 빼곡하게 붙인 듯 하다. 그렇게 도서관에서 빌린 책에 붙인 인덱스를 구매한 새 책에 하나씩 떼어 붙이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혼자서만 아주 급박하고 초조했으며, 혼자서만 위대한 일로 하루를 마무리한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마음 한편에 묻어 두었던 실체를 다시 만났지 않나. 나에게만 전달되는 극적인 순간. 여느 연예인도 이렇게 흠모하며 좇은 적이 없거늘, 이미 세상을 등져버린 작가를 흠모하게 되었다. 그렇게 흠모하게 되는 작가들이 하나, 둘 늘어날수록 글에 대한 애착도 질퍽해진다. 거리감을 유지하지 못하고, 사랑하는 마음 또한 숨길 수 없게 되었다.


모두가 읽을 수 있는 글이지만, 그에 대한 나의 마음은 결코 공동이 아닌 게 되었다. 공동이 아닌 나만의 야릇함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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