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부산스럽다.
푹 빠져있는 책이 있어서
문장 하나하나를 필사하고 있다.
아이들이 하나, 둘 일어나 안긴다.
아들의 몸통은 언제 컸나
벌써 두껍다.
딸아이는 온몸으로 안긴다.
갈비뼈 하나하나가 만져질 정도로
꼭 안아준다.
안아도 안아도 부족하다.
나의 심장에 손이 달려 있다면 그 손이
내 몸에서 튀어나와 아이의 심장까지
포옥 안아주었으면 하는 욕심이 든다.
이제 나의 시간은 잠시 멈춤이다.
아침을 챙긴다. 아이들이 아침을 먹는 동안
나는 씻고 준비한다. 주말에 더 바쁜 나다.
샤워하고, 산양유 머스크향 로션을 온몸에 발라 준다.
남편이 놀라 묻는다. 어디 가냐고.
"어디긴 어디야, 도서관이지."
"뭐야, 도서관에 남자 만나러 가?"
동공이 커지고 눈은 날카롭게 찢어진다.
"나의 순수한 욕망을 어떻게 그렇게
천박하게 포장할 수 있어?"
너무 어이가 없어서
나 또한 일부러 이상한 말로 대꾸한다.
사실 도서관에 가는 사람치고 좀 꾸몄다.
딱 붙는 검은 나시에 청바지,
그리고 얼마 전에 구입한 ZARA의 플라워 패턴 재킷,
어제 막 배송된 길게 늘어지는 물결무늬 귀걸이,
한껏 풀어 헤친 머리,
가볍게 바르는 화장에 재킷에 어울리는
붉은빛 립글로스.
평소 약속 있을 때의 내 모습이기도 하지만
주말이면 늘어지게 쉬고 싶은 남편에게는
낯선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꼭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약속있는
사람의 옷차림이란.
나에게 도서관이란 내밀한 욕망을
부추기는 비밀의 장소다.
지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나는 내가 읽을 책과 노트북을 챙긴
에코백을 메고, 3층 열람실로 간다.
밖이 보이지 않는 창을 앞에 둔 자리에 앉아서
읽고자 하는 책을 읽다가
쓰고자 하는 글을 쓰고
그 모습 그대로 가만히 앉아 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청순하기 그지없는 시간이다.
그런 나를 돌연 의심하다니.
하지만 그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나는 그의 여자이기도 하지만
또한 그의 여자가 아니기도 하니까.
한없이 그를 품어주지만,
또한 그를 떠나 있기도 하니까.
나는 그의 어깨에 온전히 기대어 잠들기도 하지만
혼자서도 꿋꿋하게 세상을 헤쳐나가니까.
그런 독립적인 여자니까.
그의 불안함을 자극하는 요소는
내 삶의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눈치가 빠른 그는 그걸 안다.
아들의 오전 수업이 끝나면 어제부터 아들이
노래 부르던 냉면을 먹으러 가기로 했는데,
그때 이 세상에 남자란 오직 당신밖에 없다는
눈빛으로 그의 옆에 찰싹 붙어서
냉면을 후루룩 먹어 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