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웹의 <500일의 썸머>(2009)
0. 톰과 썸머가 함께 보낸 500일을 재구성하다. 여름이 가면 또 그렇게 가을이 오는 법.
1. 주연을 맡은 남녀는 확연히 구분되는 성향을 지녔다. 남자는 운명적인 사랑을 기다리는 사람이다. 남자는 건축가가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 건물을 완성하듯 체계적이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다. 자신의 사랑도 그러하길 바란다. 하지만 여자는 구속받지 않고 자유로운 연애를 즐기는 사람이다. 여자는 예술가가 자신의 느낌을 따라 작품을 만들어 가듯 즉흥적이고, 감성적이고, 직관적이다.
2. 이 영화의 특징 중 하나는 시간순으로 편집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사랑을 시작할 때 느끼는 설렘과 사랑이 식어갈 때 느끼는 좌절감이 엇갈려 진행된다. 감정이 고조되고 소멸되며, 갈팡질팡하는 주인공의 심리가 더욱 전달된다. 하지만 어느덧 시간은 잘도 흘러가고,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듯, 아직 오지 않은 새로운 날이 우연처럼, 운명처럼 기다리고 있다.
3. 서로 성향이 다른 사람이 서로를 이해해가고, 깎여나가고, 그로 인해 성숙한 지점에서 만나는 것이 이상적인 연애담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이 꼭 그렇지마는 않다. 그 전에 깨어지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영화는 충분히 사랑했지만, 사랑으로 결말되지 아니한 경험을 겪은 사람들에게 적잖은 위로와 희망을 던져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