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넘어서기
홈리스이며 마약 중독이었던 버스킹 뮤지션 제임스는 우연히 상처 입은 고양이 밥을 만난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라 여긴 제임스는 고양이에게 자신의 생활비를 털어 치료를 해주었다. 건강을 회복한 밥은 제임스와 함께 다니길 원했다. 처음에는 목줄을 하고 다녔지만, 이후 제임스의 어깨 위에 올라타고 다녔다. 이후 제임스와 밥은 유튜브 스타가 되었다.
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2016)을 보다가 길고양이에 대해 더 알고 싶어 졌다. 길고양이에 대한 우리 영화가 있을까 싶어 찾아보았더니 윤기형 감독의 <고양이 춤>(2011)이 보였다. 영화 속 고양이들은 두 남자에 의해 추적된다. 두 대의 카메라가 고양이를 쫓지만, 시인인 한 사람은 사진을, CF 감독인 사람은 영상을 찍는다. 한 편의 영화 안에 두 사람의 개성이 잘 담겨있다.
어느 동네에서라도 길고양이를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삶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막연하게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영화들의 힘은 관객으로 하여금 편견을 불식시키는 데 있다. 길고양이의 잘 알려지지 않은 면모들을 보여주면서 연민과 공감을 자아내게 한다.
길고양이의 생로병사
영화에 참여한 이용한 시인은 고양이와 관련된 책도 많이 발간했다.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과 에세이가 결합된 책이다. 이 책들을 통해 길고양이에 대해 많이 알 수 있었다. ‘도둑고양이’라는 명칭이 알려주듯이, 길고양이는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누명을 쓰고 살아왔다. 그가 소개하는 길고양이들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존재인지 깨닫게 된다.
영화는 길고양이의 일생을 잘 보여준다. 길에서 만난 두 고양이가 구애와 짝짓기를 하고, 아기 고양이들을 낳는다. 암컷 고양이가 새끼를 낳을 때 수컷 고양이가 배 위를 꾹꾹 눌러주며 출산을 돕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아기 고양이의 생존율은 그리 좋지 않다. 3~4마리를 낳아도 1~2마리는 얼마 살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보통 집고양이 수명이 15년 정도라는데, 길고양이들은 3~4년밖에 살지 못한다고 했다. 먹을 것을 늘 찾아다녀야 하고, 추운 겨울에 머물 만한 장소도 거의 없다. 길고양이들은 질병을 얻어 앓다가 죽음을 맞이하기도 하고, 도로에서 로드킬도 많이 당한다. 떠돌이 개에 의해 물려 죽기도 하고, 기관에 포획당하여 잡혀가기도 한다.
고양이들에게 가장 혹독한 시기는 겨울이다. 식수는 모두 얼어붙고, 눈이라도 내리면 먹이를 구하러 다기조차 어려워진다. 이 시기에 어린 고양이라도 태어나게 되면 생존하기란 더욱 어려워진다. 가끔 길고양이들이 부동액을 핥아먹고 죽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소량이라도 몸에 들어가면 치명적이기에 특히나 조심을 해야 한다.
길고양이를 지키는 사람들
영화 <고양이 춤>에는 죽음을 앞둔 길고양이의 사연이 나온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결 같이 자신의 집을 찾아오던 바람이가 병들게 되었다. 동물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받도록 했지만 상태는 점점 더 위독해졌다. 식물 고양이 상태에 이르러 난감해하고 있을 때, 고양이보호협회의 도움을 받게 된다. 바람이의 마지막을 함께 해 주겠다고 제안을 한 것이다. 바람이는 보살핌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였다.
영화를 보고 어떠한 단체인지 궁금증이 생겨 홈페이지를 찾아보았다. 2005년 ‘길고양이 밥 주는 사람들’이라는 다음 카페에서 시작되었다.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던 사람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정식 단체로 발전한 것이었다. 연구에 따르면 길고양이를 포획하거나 살처분하는 것은 길고양이 숫자를 줄이는데 실제적 효과가 없다고 한다. 주변의 길고양이가 유입되고, 암컷의 출산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단체의 기본 활동은 길고양이 구조 및 치료지원 활동, 인도적인 길고양이의 TNR이다. 이 중 TNR이란 길고양이를 포획(Trap)하여 중성화(Neuter) 수술을 한 다음 원래 있던 곳에 방사(Return)하는 것을 말한다. 주요 목적은 길고양이의 과도한 번식을 막고, 개체수를 유지시키기 위함이다. TNR을 거친 고양이는 귀를 조금 잘라 표식을 만들어 준다.
중성화로 야성성이 줄어든 길고양이에게 사료와 물을 공급해주면 쓰레기봉투를 찢는 일이 줄어든다. 고양이가 야행성이므로 밤 시간에 먹이를 주는 것이 그 습성을 유지하는데 좋다. 먹이 주는 곳 주변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도 인근 주민들과 마찰을 줄이는 지혜가 된다. 길고양이를 좋아하여 보호하려는 사람들이 있지만, 또한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하겠다.
길고양이를 둘러싼 갈등
‘캣맘’이란 용어가 있다. 고양이 ‘cat’과 엄마 ‘mom’의 합성어로, 주인이 없거나 버려져 길거리에서 살아가는 고양이에게 사료를 정기적으로 챙겨 주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들은 때때로 길고양이를 돌보는 것에 반대하는 이웃주민들과 갈등을 빚는다. 길고양이들이 발정기에 내는 울음소리, 배설물, 쓰레기통 뜯어 놓는 일이 싸움의 주된 원인이다.
2015년 10월, 아파트 화단에서 길고양이 집을 짓던 한 여성이 초등학생이 던진 벽돌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이 초등학생에 의해 저질러진 것으로 밝혀지기까지 꽤나 소란스러웠다. 대부분의 언론매체가 피해자와 사건의 실체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캣맘과 캣맘 혐오자의 대결 구도로 보도함으로써 선정적인 논란을 부추겼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우리만의 것이 아니다. 최근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2020년까지 길고양이 200만 마리를 도살하기로 결정했다. 멸종 위기에 놓인 고유종을 보호하기 위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포식자인 길고양이가 오스트레일리아의 고유종을 먹이로 삼으면서 생태계를 교란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고유의 포유류 중 28종이 이미 멸종했고, 120여 종이 멸종 위기에 놓였다.
동물 애호가인 프랑스 배우 브리지트 바르도는 이 도살 계획을 철회해 줄 것을 요구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부에 공개서한을 보내 동물을 대량 학살하는 것은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일이라며 길고양이를 죽이지 말고 거세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오스트레일리아 환경부의 의지는 완강했다. 길고양이를 혐오하지 않지만, 오스트레일리아 고유종을 더 이상 잃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행복은 함께 할 때 찾아왔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사람들을 흔히 고양이 집사라고 흔히 부른다. <고양이 집사>(2019)는 고양이와 사람의 공존을 그린 영화이다. 감독이 키우는 고양이 레니의 시선으로 진행되는데, 내레이션은 배우 임수정이 맡았다. 오래된 집이 많은 골목에 고양이 마을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소식을 들은 감독이 춘천을 찾아가며 시작한다.
영화 속에는 다양한 고양이들이 등장한다. 주민센터 앞에 사는 고양이 그레이, 골목대장인 조폭이와 그의 눈치를 살피는 이쁜이... 바이올린 가게의 이름 없는 고양이에게 감독은 레드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고양이와 사랑에 빠진 것이다. 감독은 춘천을 떠나며 레드를 집으로 데리고 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욕심이었다는 것을 곧 깨닫는다. 레드에게는 이곳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고양이만큼 고양이 주변의 사람들도 등장했다. 그들은 고양이 도시락을 싸서 배달하거나, 가게 문을 열어주며 길고양이들과 함께 했다. 급식소를 만들기도 하고, 동네 주민들과 함께 고양이 그리는 행사도 한다. 고양이와 함께 하는 마을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모두가 같은 생각은 아니었다.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때때로 고양이를 학대하는 사람들과 다툼도 벌어졌다.
영화의 중반 이후 춘천을 떠나 전국을 돈다. 노량진 수산 시장은 집사도 고양이도 살 곳을 잃게 된 경우였다. 힘든 삶을 살고 있던 이들이 더 힘든 삶을 살 것 같은 고양이들을 돌보고 있었다. 성남에서는 재개발로 사람들이 떠나고 고양이들만 남은 경우였다. 공사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고양이들을 천천히 이주시키고 있었다.
부산 청사포는 고양이 마을을 만들고 싶은 사람을 만났다. 고양이가 많이 사는 곳이 아니라 있는 살아있는 고양이들이 편안하게 살게 해주고 싶어 했다. 파주에서는 고양이 그림을 그리는 이를 만났다. 자신의 외로움과 약점을 고양이를 통해 보게 되었고, 이겨내는데 도움이 되었다.
영화는 고양이 집사가 고양이를 위해 살아가는 이유를 보여주었다. 누군가의 보호자가 된다는 것은 큰 부담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누리는 기쁨과 보람도 분명 있었다. 이 영화에서 추구하는 바는 “모든 고양이들이 행복한 세상” 일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고양이를 사랑하지는 않는 것도 현실이다. 고양이와 사람 모두 행복한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