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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를 꿈꾸다 Feb 02. 2017

감천문화마을 골목길을 찍어보자

부산 사하구의 <감천문화마을>

부산의 산자락에는 산복도로라는, 산의 중턱을 지나는 도로가 있다. 이 도로 주변으로 집들이 계단식으로 자리 잡았다. 집들 사이로 비좁은 골목이 생겨났다. <감천문화마을>은 이 집들과 골목길이 만들어낸 이국적 경치로 관광명소가 되었다.


'부산의 산토리니'라고도 불리는 핫플레이스가 되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다지 인기 있는 곳이 아니었다. 인근에서는 그저 어려운 사람들이 살던 산동네 정도로 기억한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내려와 살았고, 그 이전에는 태극도라는 종교를 믿었던 신도들이 집단촌을 형성했었다.


외지인들이 많이 찾아온다는 것은 이 곳에 거주하는 이들에게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주민이 살고 있는 공간이니 이른 시간이나 늦은 시간에는 방문을 자제해달라는,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조용히 다녀달라는, 사진 촬영을 삼가 달라는 요청이 벽에 붙어있다.


카메라를 든 사람에게는 피사체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픈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원치 아니하는 것을 억지로 찍을 수는 없다. 골목을 찍되 골목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큰길에 연결되어있는 골목들만 찍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골목에 관한 사진을 찾다가 <그 골목이 말을 걸다>라는 책을 발견했다. 2007년 10월부터 7개월간 서울의 골목길을 찍은 것이다. 10년이 되었으니 사진이 달리 느껴지는 것도 당연하다. 그것은 화소가 높아진 카메라 때문이 아니라 골목의 풍경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골목은 천천히 둘러보아야 그 오래된 맛을 느낄 수 있는데, 세상은 그리 가만 내버려두지 않았다. 이러한 추세라면 사라지기 전에 누리는 것이 최선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만 더 붙들어 두고 싶다. 자본의 논리에 좌우되지 않으며, 느리게 천천히 살아가는 여유를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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