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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를 꿈꾸다 Feb 05. 2017

대학가 인문학 서점을 찍어보자

안암동의 <지식을 담다>

<지식을 담다>는 고려대 부근에 새로 생긴 인문학 서점이다. 보통은 줄여서 <지담>이라고 부른다. 졸업한 90학번 선배들이 재학생 후배들에게 책을 더 많이 읽히고 싶다는 마음으로 터를 잡았다. 지난 수년간 대학가의 많은 서점들이 문을 닫았다. 이제 서울시내에 남은 대학가 인문사회과학 서점은 서울대 앞 ‘그날이 오면’과 성균관대 앞 ‘풀무질’ 정도라 한다. 이러한 시점에 책방 문을 연다는 것은 어쩌면 그 자체가 무모한 도전이기도 하다.


주인장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약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사람들이 책을 대하는 태도는 많이 달라졌다. 대형서점을 선호하고, 인터넷으로 구매하고, 종이책보다는 전자책을 편하게 여긴다. 동네와 대학가의 작은 서점이 설자리를 잃고 점점 사라지는 분위기였다. 반면, 그런 와중에 오히려 작은 서점들이 게릴라처럼 하나 둘 생겨난 것도 사실이다. 이들은 대형서점의 다양성과 온라인 서점의 편의성이 줄 수 없는 각자 나름의 그 무언가를 추구한다.


<지담>의 운영자들도 서점만으로는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서점과 북카페, 강의실, 세미나실을 결합시키고, 책을 매개로 대학사회와 지역공동체가 만나는 복합공간을 지향했다. 선배들이 기증한 옛날 책들을 저렴한 가격으로 후배들에게 제공하는 프로그램 '선배가 추천하는 옛날 책' 코너도 운영 중이다. 기증한 이와 출판 당시 책 가격의 4분의 1 가격으로 판매하기로 약속했기에, 한길사에서 나온 옛 서적들을 1000원 정도면  살 수가 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김미라의 <책 여행자> 마지막 챕터에는 자기만의 스토리가 있는 작은 서점들이 등장한다. 저자는 유럽과 미국의 도시에 있는 고서점을 돌아보며 그 장소가 품고 있는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서점의 위치와 인테리어가, 그곳에서 파는 책의 종류와 특징이, 그곳을 자주 방문한 명사가 이야깃거리가 되어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책이 가진 의미, 서점이 가진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했다.


<지담>의 외벽에는 4명의 인물화가 붙어있다. 서점이 함께 하는 역사 인물들로 소개된 안토니오 그람시, 체 게바라, 이재유, 이수병이다. 정치가, 혁명가, 운동가로 소개된 네 사람을 보면 이 곳이 서점이라는 공간을 통하여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엿볼 수 있게 한다. 재학생들에게는 ‘참된’ 지식과의 접촉의 공간을 만들어주는 장소, 졸업생들에게는 여전히 가슴속에 지니고 있는 진보와 사회변혁에 대한 열정을 되새길 수 있는 장소. <지담>이 그 조그마한 출발점으로 자리 잡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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