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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를 꿈꾸다 Feb 18. 2017

2월의 대학 캠퍼스를 찍어보자

안암동의 <고려대학교>

2월의 대학 캠퍼스는 아직 역동적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물밑으로 많은 변화가 오가는 시기다. 방학이었던 재학생들은 새 학기를 준비하며 서서히 학교로 되돌아오기 시작한다. 여러 해 동안 학교를 지켰던 이들은 학위를 수여받고 새로운 진로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파릇파릇한 새내기들이 합격증을 들고 채운다.


교문에, 그리고 학교 여기저기에 커다란 현수막이 내걸렸다. 학위수여식이 꼭 일주일 남았음을 알리고 있다. 부지런한 학생들은 친구들과 함께 캠퍼스를 돌며 기념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졸업 당일에는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고, 마음이 드는 장소에서 여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도 없을 테니 말이다.


청운의 꿈과 희망으로 부풀어야 할 졸업식이지만 취업난에 허덕이는 현실 앞에서 조용히 넘어가는 분위기다. 졸업유예라는 제도가 한때 인기를 끌었지만, 적지 않은 비용 부담에, 정작 취업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지닌 채 하나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는 사실이 여간 부담되는 게 아닐 것이다.


명문대에 입학하는 것만으로 미래가 보장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학벌은 더 이상 권력과 좋은 삶을 약속해 주지 않는다. '학벌 없는 사회'라는 시민단체가 오랫동안 의미 있는 활동을 해왔음에도 자진 해산해 버린 것도 같은 이유이다. 금수저 흙수저 담론은 세상이 더욱 견고해졌음을 씁쓸하게 웅변해 주고 있다.


꿈과 낭만 같은 단어들과는 점점 거리를 두는 대학이라지만, 대학의 의미는 애초부터 취업이나 출세에 방점이 찍히는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이러한 시기가 대학의 존재가치, 진학의 필요성에 대해 새로운 의미를 찾게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대학 캠퍼스를 걸어보니 세월과 함께 변해간 것이 느껴진다. 단지 학교 안에 새 건물이 들어서는 문제가 아니다. 대학 안에 들어온 수많은 산업적 논리, 그 안에서 상아탑은 무엇을 하고 있던 것일까?  이 학교가 배출해낸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이 이뤄간 역사들이 그간의 행적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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