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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를 꿈꾸다 May 12. 2019

수안보 온천

[충주 1년 - 3] 최고의 수질로 '왕의 온천'이라 불리던 곳

수안보온천은 충주에 있다. 정확히 말하면 충주시 수안보면 온천리. 온천수가 솟아나는 곳을 '물이 솟는 보의 안쪽 마을'이라고 불렀는데, '물안비', '물안보'라는 단어가 한자인 '수안보'로 바뀌게 되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자연 용출온천으로 알려진 수안보는 '왕의 온천'이라고 불렸다.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태조 이성계가 악성 피부염을 치료하기 위해, 숙종이 휴양을 하기 위해 수안보를 찾았다는 기록이 있다. <고려사>, <세종실록지리지> 등에 기록된 것으로 보아 1천 년 전에도 유명했던 것 같다.  


수안보의 수질은 국내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약 3만 년 전부터 솟아오른 천연 온천수로, 수온 53℃, 약알카리성(pH 8.6) 온천수에는 라듐, 칼슘, 불소, 마그네슘 등이 풍부하다. 수안보에서 운영되는 온천들은 수질이 동일하다. 충주시에서 중앙집중 관리방식으로 철저하게 관리하기 때문이다. 팁이 있다면 충주시민에게 요금이 할인되는 곳들이 있으니, 주민이라면 계산하기 전에 주위를 한 번 둘러볼 것을 권한다. 수안보 입구 맞은편에는 물탕공원이 있다. 물탕은 노천에서 솟아나던 온천의 원형이다. 그 안에는 온천 족욕탕이 있는데, 온천 이용이 어려운 여행자들에게 추천한다. 


언젠가 온천 가는 길에 ‘와이키키 관광호텔’을 거쳐 갔다. 임순례 감독의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의 배경이 되었던 곳. 지방을 전전하던 삼류 밴드가 일자리를 찾다가 결국 고향으로 돌아온다. 과거와 현재의 수안보를 오가며 음악을 사랑했던 이들의 꿈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그려냈다. 1990년대 25℃로 온천법이 완화되면서 전국에 온천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그 이후로 수안보는 쇠락에 접어들었다. 부활시키고자 노력했지만 번번이 불발되었다. 보다 보면 온천과 영화가 어딘가부터 오버랩된다. 


비수기의 온천은 한가롭다. 대다수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 아니면 가족 단위의 손님들이 온다. 젊은이들은 온천보다는 워터파크를 선호할 테고. 이른 나이에 온천의 맛을 알려면 건강을 살뜰히 챙기거나 아니면 지극히 실용적이 되어야 하는 것 같다. 지난 3월의 어느 주말, 온천욕을 하는데 2시경부터 함박눈이 내렸다. 지난겨울에 충주에는 눈이 별로 내리지 않았다. 3월에 함박눈을 맞으며 노천온천을 하다니…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다. 온탕에 누워 하늘을 보는데, 얼굴 위로 눈송이들이 서둘러 내려앉는다. 저 멀리로 벌떼들이 웅웅 거리며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3월에 눈 내리는 수안보온천에서 바라본 경치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배경이 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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