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때마다 양손 가득 따뜻한 스타벅스 카페라테를 사들고 오시는 어르신. 우리는 이분을 일명 스타벅스 아버님이라 부른다.그 누구 하나 섭섭하지 않게 인원수 맞춰서 커피를 전해주시는 아버님은 자가에서 무려 1시간 걸리는 이 병원을 기차 타고 오신다고 한다. 그저 동네 어디에나 있을 법한 그런내과의원인데도 말이다.
한 달에 한번 혈압약을 타기 위해 굳이 구미에서 대구까지, 우리 병원을 찾아주시는 아버님의 진료비는 1700원. 진료비의 몇 배에 달하는 커피를 사들고 와주시는 마음에 너무 감사하기도 하고 때론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단순 혈압만 측정하고 짧은 진료를 끝으로 돌아가시는 아버님을 보며 나의 간호응대가 커피 한잔의 값어치가 있었나 스스로 돌이켜 생각해보게 하기 때문이다.
한잔에 5천 원, 그리 저렴하지 않은 비용에 진료비보다 더 비싼 커피값을 지불하면서 오시는 아버님의 마음은 무엇일까. 몇 년 전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갔음에도 불구하고 집 근처 병원에 갔을 때 이만큼 친절한 병원을 보지 못하셨다고 한다. 그저 오시면 반갑게 인사드리고 안부를 물을 뿐이었는데 따뜻한 말 한두 마디에 사람 마음이 이리 녹는 거란 걸 또 한 번 더 느끼게 되었다.
차가운 음료를 마시면 혹여 감기라도 걸릴까 여름에도 따뜻한 카페라테를 전해주시는 스타벅스 아버님. 나도 누군가에게 이처럼 따뜻한 커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따뜻한 나이팅게일로 살아가겠노라 그 많은 이들 앞에서 나이팅게일 선서까지 했지만, 이런 나의 계획과는 다르게 차디찬 냉수같이 따뜻함을 잃어가는 게 부끄러워진다. 따뜻한 말 한마디로 어르신들의 마음을 데워줄 수 있다는 걸 잊지 않길 다짐하며 부드럽고 고소한 카페라테를 마시면서 반성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