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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펭부인 Oct 08. 2023

화양연화

주 6일, 동네내과로 출근합니다

 앳되어 보이는 얼굴에 마치 뉴진스 멤버 같이 길고 찰랑한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들어온 한 여성. 한 손에는 60대로 짐작되는 시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병원문을 들어섰다. 많게 봐야 20대 초중반, 어리게 보면 여고생 정도로 짐작되는 그녀는 이제 한국에 온 지 5일 차라고 하였다.



  

 입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ID카드조차 없는 그녀는 낯선 한국에 와 적응이 안 된 터일까. 물갈이를 하는지 설사가 심해 시어머니와 함께 병원에 방문했다고 한다. 연신 병원 접수대 앞에서 새로 들인 며느리 자랑을 하시는 어머님. 한국에 온 지는 이제 5일째지만 한국말을 엄청 잘한다며 어머님의 입가에 미소가 밝게 띠어졌다.

 



 실상 진료실에 들어가서 마주한 그녀의 의사소통은 영락없는 외국인이었다. 간단한 소통조차 되지 않아 여러 번 되묻고 바디랭귀지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고 어머님이 보호자로 같이 오지 않았더라면 진료조차 보기 힘들었을 수도 있었다. 복부촉진을 하기 위해 침상에 올라간 뒤 벗어둔 그녀의 귀여운 캔버스화가 오늘따라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결혼이 아니었더라면 20살의 앳된 그녀는 낯선 이 한국땅을 밟았을까. 또는 그녀가 한국에서 태어났더라면 지금과는 다른 모습, 꿈 많은 대학생의 모습을 띄고 있진 않을까. 앞으로 낯선 이 타국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부지런히 한국어도 배우고 시댁에서의 생활에 적응해야 할 그녀를 생각하니 응원하는 마음이 앞서기보다 안쓰러운 마음이 먼저 더 들었다. 물론 이건 오로지 다 나의 시선에서 바라본 생각일 뿐이지만 말이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른다고 하는데 그녀의 청춘이 왜 이리 내가 다 아깝게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20대 후반에 출산을 한 나도 '못다 즐기지 못한 젊음'에 아쉬울 적이 참 많기에 그런 생각이 드는 걸까. 

 국제결혼 중개업체를 통해 결혼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5.7일이라고 한다. 일주일이 채 되지 않는 시간에 나와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를 만나 평생을 약속한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떤 사연으로 국제결혼을 하며 그녀가 한국에 들어온 지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는 것이지만, 앞으로 한국에서의 생활이 그녀의 삶에 화양연화 같은 순간들로 그려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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