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기록

08 가장 가까운 빵집

100일 프로젝트

by 엘사

동네에 있는 가게 중 빵집 하나쯤은 챙겨두는 편이다. 음식 맛집은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빵은 내가 직접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서 꼭 외워둔다. 체질 상 빵이 바로 살로 이어지겠지만, 마음이 힘들거나 지칠 때 일탈처럼 빵집을 들른다.


이사 가고 난 이후로 취향에 맞는 빵집이 없어져서 많이 아쉬웠다. 내 경우 빵 취향이 고정적인데, 견과류가 많이 들어간 호밀빵류 혹은 아예 버터리한 크로와상을 먹는다. 팥앙금 가득한 빵이나 카스테라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체인점이 있는 프랜차이즈 빵집은 잘 가지 않는다. 까다로운 탓에 종종 합정동을 갈 때 몇 군데를 들르거나 한남동 어드메에 있는 곳을 간다든가, 애써서 찾아먹지 않으면 먹기 힘들다.


그러던 와중 회사 건물에 작은 카페가 생겼다. 공사를 할 때부터 저곳에 빵집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듣고 언제 여나 기다릴 정도였다. 맛있으면 꼭 가야지, 매일은 아니더라도 저기 있으니 안도하고 먹어봐야지 했다. 아침에 먹으면 살이 덜 찔 테니 그때를 노리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오픈하고 나서 가보았을 때, 주인으로 보이는 분이 쿨하게 독특한 이름을 지어두고 메뉴를 설명하는 모습이 멋져 보였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과 당당함이 근사해 보였다. 나는 과연 그렇게 멋지게 말을 할 수 있을까.


아침에 일찍 도착하면 롱 블랙과 크로와상 하나를 주문해 먹는다. 추운 겨울, 몇 걸음이라도 더 사무실에 가까워지기 전에 마음을 달래고 가는 건 행복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