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글쓰기
## 시점은 놓쳤으나 횟수를 꼭 채워야 하므로
오피스텔에 살 때 였다. 시설은 그럴듯하지만 통풍이 잘 되지 않아 샤워만 하면 물냄새가 지독하게 났다. 물냄새는 비단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곰팡이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런 퀴퀴함이 싫어서 조금이라도 그런 기미가 보이게 되면 그걸 막기 위해서 향초를 사기 시작했다. 다행히 그 때는 양키캔들이 집 근처에 있어서 하교길에 그걸 챙겨서 화장실에 놓았다. 샤워를 하거나 빨래를 하거나 세수를 하고 나면 공간안에 물 냄새가 가득해져서, 쓰고 나올 때 쯤 불을 붙여두었다. 한시간 넘게 간접조명처럼 틀어놓고 난 이후에야 끄곤 했다. 그렇게 다른 향으로 채우는 것을 선택했다.
향에 대한 집착은 원룸, 오피스텔을 전전하던 시기 이후에도 이어졌다. 디퓨저를 직접 만들어도 보고, 석고방향제를 사기도 했다. 이런 소비는 집에 고양이가 오기 시작한 날부터 칼같이 치워졌다. 디퓨저는 일단 그대로 둘 수가 없었다. 어떤 것이 유해한 향이고 어떤 것이 아닌지를 구분하기보다 우선은 다 버리고, 외출할 때 쓸만한 향수는 창고에서 꺼내지를 않았다. 양이 꽤나 많이 남았는데도 우선은 뺄 수 없었다. 사람이 느끼기에도 강한 향이면 아기고양이에게는 너무 치명적일 것이라. 그렇게 몇달을 보내고 난 후, 있는 향수 모두 처분하기로 결정을 했다.
여전히 집은 향이랄 것이 마땅히 없다. 음식을 만들거나 하는 일로 생기는 자연스러운 향은 별 수 없지만, 무엇인가 새 물건이 들어오면 즉각 코부터 들이대는 피츄녀석을 말리기도 쉽지 않다. 고양이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한 탐색이라, 궁금함을 참을 순 없으니. 별 수 없다. 집사의 삶이 그렇고, 또 이렇게 소비를 막아주고 지갑을 지켜주는 고마운 존재이니.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