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

by elsewhere

오늘의 추천 노래: Young, Dumb, Stupid - NMIXX


남들이 내 뒷담을 하는 걸 들었을 때 당신은 어떻게 반응하겠는가?


나는 중학교 시절 엄마의 친구였던 과외선생님으로부터 레슨을 받았다. 레슨을 받은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엄마랑 같이 공부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짜증이 나기 때문. 짜증에는 이유가 없었다. 나도 그땐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냥 엄마한테 화풀이하고 싶었던 걸까?


과외는 그룹으로 진행되었고 나는 낯을 많이 가렸던 탓에 누가 말을 걸지 않으면 대체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같이 수업을 듣던 학생들은 같은 중학교에 다니던 다른 반 친구들이었고 별로 친하지 않아서 데면데면하게 지냈다. 내가 공부를 잘하는 편도 아니라서 도와줄 것도 없었고.


나는 과외 선생님에게도 낯을 가렸는데 거의 말을 못 하는 수준이었다. 과외 선생님이 나를 나무란 것도 아니었는데 괜히 어색해서 과외 가는 게 너무 싫었다. 엄마 친구라서 그런 건 아니었다.


이와 반대로 나는 학교에서 꽤 활발한 편이었는데 그도 그럴게 학교에만 가면 나랑 친한 친구들이 있으니 깨발랄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학교에선 주로 다른 반에 무단 침입해 학교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친구들을 한데 소환시켰고 술래잡기와 같은 활발한 액티비티도 즐겼다. 초등학교 때와 다름없었다.


하루는 내가 과외에 지각을 하게 되었다. 과외 선생님은 집 문을 잠그지 않고 계셔서 조용히 열린 문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과외 방으로 가는데...


"걔 학교에선 정말 날아다녀요. 말도 많이 하고 활발해요. 선생님이 엄마 친구여서 잘 보이고 싶어서 조용한 척하는 거라니까요."


...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 순간 방음이 되지 않는 집 구조를 원망했고 낯을 가렸던 내 성격을 탓해야 했다. 내가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분위기는 순식간에 어색해져 있었고 나는 아무것도 못 들은 척 들어가 가방을 내려놓고 책을 폈다.


내가 밖에서 내 뒷담을 다 들었다는 걸 모두 알아챘으리라 생각한다.


사실 누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무시하고 살아도 된다. 그건 진짜의 내가 아니니까. 나는 그때 아무렇지 않은 태도로 일을 무마했다. 그리고 그 행동을 굉장히 잘했다고 스스로 칭찬한다. 기분은 나빴지만 그 뒷담이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정도의 파워는 없었다. 다시 말해 타격감 제로. 다른 말로는 정말 '어쩌라고' 같은 느낌이었다.


웃기게도 중학교 때 그렇게 낯을 가리던 내가 대학을 가서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되었다. 낯을 가리지 않게 되었고 모르는 사람과도 쉽게 친해지는 성격이 되었다. MBTI로 따지면 E이다. 지금의 내가 그 당시 상황으로 돌아갔다면 어떻게 대응했을까? 아마 대놓고 "다 들었어요~"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니 너무 웃기다.

작가의 이전글프로젝트 헤일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