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추천 노래: Shapeshifter - Baby Don’t Cry
오랜만에 혼자 쉐이크쉑에서 밥을 먹다가 문득 밖을 보는데 다들 어떤 생각을 하며 살까 싶을 정도로 무덤덤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도 저렇게 보였겠지 싶기도 하고. 무덤덤한 표정 안에는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 나는 굳게 믿는다.
나도 표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간혹 친구들에게 정신병동에 입원한 적이 있다고 웃으면서 얘기할때마다 친구들은 토끼눈이 되어 나를 쳐다본다. “너가 정신이 아픈 적이 있었다고?” 라면서. 평소에 워낙 표정이 없다보니 눈치채지 못하는건 아마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나도 나의 진짜 병명을 알기 전까지 나의 정신 상태의 심각성을 알지 못했다.
1년이 조금 넘게 ‘우울증’으로 진단받아 살아온 나에게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평소처럼 병원에서 신나게 내가 얼마나 우울한 사람인지 어필하는 시간을 갖고 있었는데 의사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ㅇㅇ씨는 양극성 장애 입니다”
그게 뭐예요? 라고 묻고 싶었지만 너무나도 생각 외의 이야기라 벙쪄있었다. 양극성 장애. 도대체 그게 뭐지. 그게 뭔데 나를 공격하는거지?
이러한 궁금함 속에 나도 모를 안도감이 숨어있었다. 그동안 우울증 인간으로 살아온 나에게 더 명확하고 확실한 병명인 양극성 장애가 주어진 것이었다. 더 세분화되고 더 나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나는 병원에서 들은 내용들을 그대로 집에 가져와서 검색했다. 탐색하고 또 탐색했다. 페이지 수가 바닥이 날 때까지.
병명을 안다는게 이렇게나 흥미로운 일이었던가! 내가 드디어 온전한 내 자신이 된 것 같았다. 비록 양극성 장애가 좋은 병이 절대 아니지만 내 것이 된것만 같았다. 보듬어줄 수 있고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만들어졌다. 나는 양극을 오가는 Shapeshifter 와 같은, 낮과 밤이 함께 있는 얼굴로 지내는 데에 연구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