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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이사 중이다. 12여년을 살던 동네를 떠난다. 2년, 때론 4년에 한 번씩 이 동네 안에서 움직였다. 뭔가 불만이 있어서 떠나냐고? 그건 아니다. 충분히 만족하며 살았고 떠날 때가 되어 미련 없이 떠난다. 아이의 입시를 위해 정했던 이 아파트에 남을 이유가 희박해진 게 이유라면 이유일까? 그렇게 4년 만에 이삿짐을 싸는 중이다.
짐을 싸다가 문득 픽 웃어버렸다. 웃음의 이유를 요약하자면 'F(감정형)의 이삿짐 정리가 더딘 이유'쯤 되려나? 자취할 때 쓰다가 신혼 때 들고 온 낡은 소니 전축을 버리기까지 시간 참 오래 걸렸다. 사실 이 전축은 4년전 이사 올 때 버리려고 시도했다. 버리려고 안고 나갔다가 다시 가지고 들어와 여태껏 끼고 살았다. 아직 헤어질 때가 아니라고 중얼거리며. 그동안 한 번도 전원을 켜보지 않은 채 말이다.
이번에도 진작 버렸어야 할 전축을 분리수거장에 내려놓고 몇 번을 돌아봤는지 모른다. 그러다 덩그러니 놓여있는 그 녀석을 찰칵찰칵 사진 찍어댔다. '언제라도 보고 싶을 때 꺼내 보면 되지'라고 되뇌면서. 분리수거장에 나갔다가 한참 뒤에야 들어오는 아내를 T(이성형)남편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눈치다. F의 이삿짐 싸기는 이토록 비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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