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반대지만 같은 사무실에서 일해요
17여년 가까이 각자의 일을 했던 우리가 어느 날 갑자기 한 사무실에 근무하게 되었다. 그 시간에 일어난 일들, 느낀 점을 담으려 이 연재를 시작했었다. 사실 처음 글을 쓸 때만 하더라도 남편과 내가 얼마나 다른지, 업무로 대할 때 그가 얼마나 깐깐한 사람인지, 그의 완벽주의에 맞추기 위해 내가 얼마나 애썼는지를 낱낱이 기록하려고 했었다. 또 본업에 추가된 이 만만치 않은 일이 주는 고단함을 하소연하고 싶었다. 그 생각에 나는 들떠 있었다.
그런데 한 회 한 회 써내려 가면서 알게 되었다. 그 시간이 마냥 힘들기만 했던 건 아니었음을.
주기적으로 휴지통에서 발견한 로또 뭉치에서 느낀 남편의 귀여운 면모, 내 자리에서 보였던, 한 건이라도 더 성사시키려고 애쓰던 그의 커다란 등, 공들였던 계약 건이 성사되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와 맨 먼저 나에게 소식을 전하던 그 남자의 해맑은 표정 같은 것.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것들이다.
물론 갈등이 없었냐면 그건 아니다. 한 명은 안정적인 직업을 가져야 하는데 부부가 함께 사업을 하니 늘 불안하다고 했다. 첫 사업이 주는 압박감에 잠들기 어렵다고 토로하던 밤이 여러날 이었다. 나는 나대로 처음 해보는 업무가 손에 익지 않아 쩔쩔맬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캘린더에 빈칸이 없을 정도로 빼곡히 채웠던 그 시간이 우리를 이전보다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는 것을. 이전의 우리가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갈 줄만 알았다면, 이제는 길가 그루터기에 앉아 쉬어갈 줄도 알게 되었다. 그 쉼의 시간에 서로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볼 줄 아는 사이로 무르익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의 새로운 도전과 동시에 우리의 첫번째 이야기는 마무리 되었다. 이제 독자분들께 그 시간의 기록을 건넨다. 첫눈에 이 사람이다 싶어 결혼했지만 살 수록 이해할 수 없어 힘들었던 시간을 지나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준 8번의 계절에 대한 기록을.
지금 배우자를 이해할 수 없어 힘든 분들이 이 글을 본다면 이 말을 건네고 싶다. 그건 당신만 그런 건 아닐 거라고.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성인이 되어 만나 사는 게 부부이니까. 그러니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는 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힘든 시기를 견뎌낸 ‘시간'이 주는 투박한 힘을 믿어 보라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