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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숨 쉬는데 필요한 산소처럼, 밖에 나갈 때 옷을 꼭 입는 것처럼 거의 매일 함께하는 이 것의 존재를 깊이 생각해보신 분이 계실지, 이것은 바로 '양말'이다.
어렸을 때부터 양말을 좋아했다. 오 남매 중에 엄마를 가장 많이 닮은 딸이 나였다. 엄마는 아담한 키에 손과 발이 유독 통통한 편이셨다. 아이들 도시락을 싸기 위해 아침마다 집 앞 작은 시장에 가곤 했던 엄마를 따라나선 것도 제일 어린 나였다. 그때 어린아이의 작은 손에 다 들어오지 않았던, 엄마의 부드럽고 통통한 손이 나는 참 좋았다. 발은 또 어떠셨나? 발등이 한참 올라오는 심미안으로 보자면 못생긴 편에 속했던 엄마 발이었다. 그래서 구두를 구매할 때도 늘 볼을 넓혀야 했기에 구매한 후에 한번 더 매장에 다녀오시곤 했다.
그런 엄마의 발을 내가 꼭 닮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광고대행사에 취업해서 AE(account executive, 광고기획)로 일을 할 때 펜슬 스커트에 잘 만들어진 구두가 유니폼과도 같았는데 사실 나는 그때 아무리 퀄리티가 좋은 구두를 사 신어도 구두를 신은 날은 하루 종일 몸이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양말을 좋아하는 이유는 내 발 모양과 관련이 있다. 구두를 좋아하지만 신을 수 없는 자는 로퍼나 운동화와 같이 발을 편안하게 감싸주는 신발을 선호하게 되어 있고, 약속이 없는 별일 없는 날이면 운동화를 신고 동네에서 볼일을 보곤 하는데 그때 내 자존감을 높여준 것은 'TPO(Time, Place, Occasion)'에 맞는 퀄리티 좋은 양말이었다. 그런데, 특유의 오지랖에-나와 같이 sns를 하다가 쇼핑몰을 운영하게 된 사람들은 대개 오지라퍼일 확률이 높다, 좋은 건 함께 쓰고자 하는 마음이 남들보다 강한 편이랄까- 신어봐서 정말 좋은 양말을 만나면 이걸 사람들과 같이 신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 땡땡이 양말을 발견하고 신어보고 나서 든 느낌이 딱 그랬다. 일명 땡땡이, 도트 패턴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안다. 땡땡이라고 해서 다 같은 땡땡이가 아니다. 도트의 크기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또 도트들의 간격은 얼마가 적당해야 예쁜지, 도트가 너무 크면 안 예쁘다. 너무 큰 도트 패턴 트렌치코트를 입은 사람이 멀리서 걸어오면 징그럽다는 생각도 들기 마련이니까.
그런데 이 땡땡이 양말은 나와 같은 도트 덕후의 눈에 쏙 들어오는 마음에 쏙 드는 양말이었다. 패턴은 말할 것도 없고 적당히 발과 발목을 눌러주는 텐션에 면 베이스라 부들부들하며 세탁도 편리하다. 발목 길이감이 애매하게 짧지도 않아서 크롭 데님진이나 롱스커트에도 살짝 보이면서 예쁘다. 이런 길이감의 양말을 잘 신으면 발목도 가늘어 보이고 전체적으로 호리호리해 보이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컬러는 어떠한가?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어도 컬러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다양하지 않은 경우도 많은데 회검 그 핑- 회색, 검정, 그레이, 핑크 이건 하나같이 머스트 컬러야!
소재, 길이, 디자인, 컬러 등 양말이 갖춰야 할 기본 조건을 충족했으니 최종적으로 생산지를 볼까? 보나 마나 메이드 인 코리아였다. 역시는 역시였다! 나는 쾌재를 불렀다. 여기까지 확인하고 나니 신고 나가면 발걸음조차 경쾌해지는 이 땡땡이 양말을 내 작은 상점에 올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이 작은 상점에 운영과 웹디자이너 가끔 모델 배송과 MD까지 두루 다 해보니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해도 딱 하나가 걸리면 업데이트하기 어려운 것이 있었다. 바로 '마진'이었다.
국내산 양말, 하나를 팔면 얼마가 남을까? 또 양말은 전문 용어로 1 죽씩 거래할 수 있다. 즉 하나의 디자인/컬러당 10개씩만 도매로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방법을 고안한 끝에 3~4개씩 세트로 묶어 판다고 해도, 이 땡땡이 양말만 주문한 고객에게 얼마의 마진을 수익을 낼 수 있는가 라고 한다면 운영 측면에서는 물음표인 것이다.
그래서, 엘 슈가 샵에는 그럼 이 땡땡이 양말 3 총사가 올라가 있지 않느냐고요? 아니오! 주인장이 이렇게나 좋아하고 잘 신는데 나를 닮은 고객들하고 함께 신어야지요. 나를 닮아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꼼꼼히 살펴보고 고른 뒤 '정말 잘 산 물건들'과 '잘~ 사는' 우리 고객들은 필시 이 땡땡이 양말을 좋아할 것이 분명했으니까요.
이 작은 상점을 내 의지대로 마음 먹은대로 운영하면서 꼭 대박 날 상품이 아니더라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물건들로 채우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대박도 가능하다는 걸 9여 년간 운영해오며 경험해 왔으니까요. 그래서 올렸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되었냐고요?
이 귀엽고 부드러운 땡땡이 양말은 엘슈가샵의 베스트셀러 상품 중의 하나가 되었지요. 결코 녹록하지 않은 이 세상에, 우리 일상에서 엘슈가 양말을 신고서 여러분의 발만큼은 편안했으면 좋겠습니다. 때론 그것이 보람이라는 이름으로 높은 수익보다, 대박보다 이 작은 상점을 이어갈 이유가 되기도 하니까요. 작년에 사셨던 우리 엘슈가족 여러분, 올해 이 양말 꺼내셨나요? 아직이라면 지금 꺼내보세요. 워낙 좋은 면으로 만들어져 올해까지는 신을만할 겁니다. 양말은 메이드 인 코리아가 끝내주거든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