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시대 사랑이라고 믿는 것들

by 엘슈가

온종일 설명으로 시달렸을 그가

그 수고가 집에 까지 따라온 것만 같은

그날의 마스크를 말없이 새 마스크로 갈아놓는 일


목욕이라는 취미가 생긴 딸아이가

'엄마 나 물 좀 받아줘~' 하면

열일을 제치고 '그래, 목욕 좋지~' 하며

욕조를 광나게 닦은 뒤 딱 좋은 온도로 물을 받아 놓는 일


같이 걷는 언니 동생을 만나

연어 덮밥과 가라아게 그리고 맥주 딱 한잔씩 하자며

시킨 맥주가 한잔도 안되게 330ml라 깔깔거리고 웃는 일

떨치고 일어나 걷다 보면 별일도 아무 일 같지 않게 되는 일


컨디션이 좋지 않아 이삼일 누웠다 일어난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쨍쨍한 그런 날

슬픈 노래 들으며 쌩쌩 자전거 타며 흠뻑 땀을 흘려 보는 일


정말 야속한 친구가 있지만

그때 왜 그랬냐고 묻지 않는 일


정말 보고 싶은 사람이 있지만

그저 잘 지낼 거라고 믿어 보는 일


온통 하늘이 엄마 얼굴로 보이는 날

눈물 대신 억지 웃음을 짓고


길가에 보이는 국수집에서 국수 되요?물은 뒤

따뜻한 잔치 국수 한 그릇 먹고 힘을 내보는 일


잔치국수, 이름이 잔치국수가 뭐야...

먹고 나면 잔치라도 벌인 양 신이 날 것만 같은 일


왜 그렇게까지 한대요?

어떤 사람들은 일하면서 곧잘 잊기도 한대요


블루 시대

요즘 내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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