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유기농을 사러 갔다 혼나고 말았다!

by 엘슈가

"아이쿠야 이 애기 엄마가 반찬을 억수로 많이 사 왔네, 앙?"


처음에는 설마 나에게 하는 소리인지도 몰랐다. 동네에 유기농 식품 매장을 이용하기 시작한 것도 회원 카드를 만들기 시작한 것도 일주일이 채 안되었기 때문이다. 뭐또 살만한게 없나 둘러보고 있는데 그 목소리는 이어졌다.


"뭐, 만들어놓은 반찬 좋지? 얼~마나 좋아 앙? 그런데 유기농은 있잖아요, 틀려 틀려~ 이제 손님도 우리 가게 이용하시니 유기농으로 바꾸시겠다 마, 그죵~??"


목소리가 큰 편이었다. 억양도 단조롭지 않고 하이톤과 로우톤을 자유자재로 쓰는 편이었다. 듣는데 처음에는 나 지금 혼나는 건가? 생각이 들었다. 계속 대화를 하다 보면 ‘이 분이 지금 나를 챙겨주고 싶어 하는구나’ 생각이 드는 묘한 화법이었다.


바로 동네에 꽤 오래전에 생긴 유기농 식품 매장 사장님을 두고 하는 말이다. 강렬했던(?) 첫인상 이후로도 사장님은 내가 물건을 사러 들릴 때마다 종종 아는 척(?)을 해주셨다.


"어, 미역귀가 있네? 이 미역귀 계속 나와요?"

"음 미역귀로 말하면 말이야~ 이게 울릉도 특산물이란 말이에요? 게다가 지금 한철, 딱 한철밖에 안 나와(박수 한번) 그런데 미역귀는 있잖아 아는 사람. 아는 사람만 먹는 거야. 모르는 사람은 아예 몰라~ 못 먹어, 그런데 손님이 미역귀를 안다고?"


"네, 저 미역귀 좋아하는데 다른 데는 좀 짜더라고요. 근데, 이거 저밖에 안 먹어서...(살까 말까 망설이는 중)"

"아냐 나도 먹어, 나도 미역귀 좋아해"


남의 추천에 귀가 얇은 편인 남편이 한 표를 던져 주었다. 솔깃하다는 얘기였다. 그 때 알았다. 아 남편도 미역귀를 아는구나.


"미역귀도 아시고 입맛이 두 분 아주 담백해!! 우리 꺼 미역귀 한번 잡숴봐. 끝내준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는 카드를 내밀고 있었다. 뭐가 그렇게 맛있다는 것인지... 이 사장님은 말씀도 참 맛깔나게 하시네. 꼭 마무리는 칭찬으로. 듣는 사람 기분 좋게. 앞서 혼났던 건 기억나지 않게…


그날 매장을 나오자마자 남편이 '나 좀 하나 줘봐 여보' 손을 내민다. 길거리에서 우린 미역귀 봉지를 뜯어 미역귀를 하나 꺼낸뒤 반으로 나눠서 우걱우걱 씹어 먹어본다.


미역, 다시마에는 천연 msg가 들어있다고 한 방송에서 들은 것 같다. 그래서인지 한번 먹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다. 그때였다. 사장님의 그 말이 귓가에 자꾸만 맴돈 건.

‘한번 잡숴봐, 우리 미역귀 끝내준다~'


그래서일까. 이 미역귀 정말 끝내주는 것 같다. 이걸 사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또 다음에는 가서 어떤 꾸중을 듣고 어떤 추천을 받아서 보물 같은 새로운 유기농 식품을 알게 될까 기대가 되었다. 머릿속으로 얼마 전 프리랜서로 일한 게 언제 입금되지? 자연스레 입금 날짜를 헤아리고 있었다.




사장님이 손님들에게 먼저 말을 걸고, 유기농 아직도 안 먹냐며 꾸중 아닌 꾸중을 하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추천을 하는 것. 생각해보니 내가 콘텐츠 코치로 나를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하고 있는 일도 그와 비슷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우선 먼저 다가간다는 점

외부에서 먼저 제안을 주고 먼저 다가오는 분들도 계시지만 대개는 마케터가 말을 건넨다. 강의 코칭 프로젝트 모집글도 그러한 일환일 것이다.


두 번째 꾸중 아닌 꾸중을 한다는 점

이건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한데... 간추려서 말한다면 내가 우리 수강생 멤버분들에게 하는 '꾸중'은 대개 이런 것이다.


왜 자신을 과소평가 하세요~”

“이거 너무 재미있어요, 왜 자신없게 생각하시는 거죠~”

“00님은 자기의 매력을 모르고 계시는 것 같아요 아직도??”

"계속 콘텐츠를 발행해 주세요. 제가 팬이 되어 드릴게요.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나는 이런 가치관을 가졌다고. 세상에 이런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기록하고 외쳐주세요, 거기에 장단을 맞춰줄 분들 분명 만날 수 있으실 겁니다”


세 번째, 경험과 진심에 기반한 추천만을 하는 것

강의 플랫폼을 창업하면서 결심한 것이 있었다. 책에서 읽은 내용만으로 강의하지 않겠다는 것. 하나씩 두드려가면서 직접 몸으로 가슴으로 경험해낸 것을 토대로 강의 코칭하겠다고. 그러다 보니 내용이 드라마틱질때도 있다. 하이톤과 로우톤을 오가기도 한다. 수강생분들에게 동기부여로 피치를 올리다가도 어떨 때는 기한없는 자유와 휴식을 드린다.


콘텐츠는 그런 것이다. 내가 신이나야 이야기가 나오고 이 영역은 내가 잘 알지 암~ 이렇듯 나 잘난 맛(나다움)에 제작해야 매력이 있다. 쉰다고 마냥 쉬는게 아니다 영감을 비축하는 시간이다.


그게 코치가 할 일이니까 그렇게 한다. 겉보기엔 일관성이 없어 보여도 그게 일관성이다. 또 그때그때 진심 만을 담는다.


그래서일까,

내가 우리 동네 단골 유기농 매장에 자꾸만 가고 싶어지는 것처럼 우리 수강생, 대표님들도 나의 잔소리와 나의 진심 어린 추천이 그리워 자꾸만 오시는 걸까. 오래콘텐츠에 발을 담그면 헤어 나올 수가 없어요.라는 후기가 문득 떠오르는 저녁- 더 늦기 전에 이만 오늘 사온 유기 미역과 무항생제 소고기로 미역국을 푹푹 끓여야겠다.


강의는 코칭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건강해야 강의도 코칭도 신이 나서 할 수 있을 테니까. 일로 맺어진 인연에 시간이 덧칠해져 어느덧 오랜 친구 같아진 분들이 오늘따라 자꾸만…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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