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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온김에 Sep 02. 2020

살아가고 있다.

숨을 쉰다.



난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아직 찾지 못한 거 같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너무 많은데 뒤죽박죽 섞여서 정리가 되질 않는다. 하나씩 순서에 상관없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내가 과연 글이라는 걸 쓸 수 있을까?



문득 어제 브런치를 처음 접하고 어떤 내용을 써야 할지 고민했다가 고이 서랍에 넣어둔 글의 제목이 떠올랐다. '살아가고 있다'

요즘 준비하는 독후감 공모전으로 읽은 책의 내용이 떠올랐다. 시간을 파는 상점이라는 책인데, 책의 또 다른 주인공이 시간을 파는 상점으로 들어온 의뢰로 한 아저씨를 만나게 된다. 갑작스러운 병으로 얼굴 빼고는 움직일 수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그 아저씨가 그 주인공에게 묻는다. '내가 살아있는 거라고 생각해?' 하고... 겨우 고등학생인 주인공에게 아저씨는 살아있는 것이지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니라고 한다. 나는 대단하신 작가분과 같은 생각을 한 것이 내심 기분이 좋았다. 나도 영 그렇게 생각 없이 사는 것만은 아닌 거 같아 어깨를 으쓱했다.


신랑이 운전하는 차 뒷좌석에 6개월 무렵 된 잠든 아기를 바라보면서 살아간다는 말이 떠오른 건 왜였을까?

나에겐 언니가 하나 있다. 왕래를 하지 않은지 꽤 되었는데, 우연히 받은 전화로 아프다는 언니와 둘째를 낳았다는 소식을 한꺼번에 들었다. 내가 안고 있는 6개월 무렵의 이 아이는 우리 언니의 둘째이다. 내가 있는 곳에서 1시간 반가량 떨어진 곳에 사는 언니가 아파서 아이들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소식에 신경이 쓰여 손이 많이 가는 둘째를 할머니에게 데려다주게 되었다. 그 덕에 신랑은 6시간을 운전을 했다. 몇 년간 왕래가 없다가 갑자기 가게 된 거라 신랑은 싫을 법도 한데 고속도로 운전이 제로인 내가 신경이 쓰여 운전을 해주었다. 올해 11년 차지만 결혼 초기보단 지금이 훨씬 사이가 더 좋다. 그동안 투닥거리며 서로 맞춰온 결과이겠지? 언니는 여전히 투닥거리는 거 같았고, 아직 육아 중이라 힘든 거 같았다. 나를 보자마자 눈물을 쏟아내고 아이 둘을 보느라 정신이 없고 둘째 짐을 싸느라 첫째에게 어질지 말라 으름장도 놓고, 육아가 끝난 내가 보기엔 그저 미소가 나오는 흔한 풍경이었다. 언니의 둘째도 조금 일찍 세상을 본 터라 눈 쪽이 조금 좋지 않아 그에 대한 약도 짐의 일부가 되었다. 엄마의 품을 벗어나 처음 보는 이모의 품에 안겨 찡찡거리는 모습을 보니 사실 걱정이 되었다. 가는 내내 칭얼대면 어떻게 하지? 큰일인데... 하며, 하지만 5분도 채 되지 않아 내 품에서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언니와는 반대로 참 순둥이였다. 그렇게 새근새근 자는 아이를 보며 살아가고 있구나 하고 나도 모르게 생각해버렸다. 처음 보는 내가 낯설어서 칭얼대며 엄마를 찾았지만 내가 나쁜 사람이 아니란 걸 안 걸까? 아님 그냥 순둥이라 잠이 와서 잔 걸까? 기초체온이 높은 아기의 특성상 나와 맞닿아 있는 등과 머리 뒤 다리 뒤에선 땀이 흥건했다. 얇은 싸개가 있어 그나마 괜찮은 거 같았지만 오랜만인 아기의 땀에 조금 당황해 살짝살짝 다리를 들어 땀을 식혀주고 한 자세로 안겨있는 아기를 깨지 않게 살짝 옆으로 뉘어주고, 오랜만에 안아본 아기가 신기하면서도 조심스러웠다. 자면서 웃음소리를 내는 아기를 바라보며 나도 웃음이 났고, 새근새근 자는 걸 보니 미소가 지어졌다. 워낙 아기를 좋아하는 나인지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하나의 생명이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거처럼 보여 더 미소가 지어졌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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