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추위를 타는 사람인지 아니면 더위를 타는 사람인지 알아보고 싶다면 방법이 하나 있다. 더우면 덥다는 생각밖에 하지 못하게 되는가? 아니면 추울 때 춥다는 생각밖에 하지 못하게 되는가? 둘 다 그렇다면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나는 전자다. 추우면 아 춥다, 코코아나 수프 같은 따뜻한 게 먹고 싶다, 치즈가 쭉 늘어나는 그라탱도 좋을 것 같은데, 그치만 김치찌개도 괜찮아 등 언제나처럼 잡생각 내지는 먹을 궁리를 끝도 없이 할 수 있다.
하지만 더우면? 덥다. 덥다고. 덥단 말이야! 왜 더운데 나는 밖에 나와 있는 거지. 왜 여기는 에어컨을 이거밖에 안 틀지. 언제까지 덥지. 덥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러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수급을 위해 이번 카페에서 다음 카페로 가는 루트를 생각할 뿐이다. 그렇다. 나는 여름이 정말, 정말 싫다. 여름휴가도 가지 않는다. 집이 제일 시원하니까.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더욱 열심히 여름을 즐기는 방법을 찾는다. 유일하고 완벽한 해결책은 하와이에 가는 것뿐이지만 아직 로또가 되지 않은 이상 어떻게든 매년 돌아오는 여름을 견뎌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름엔 무엇이 있을까? 여름 내내 품종을 바꿔가며 먹을 수 있는 복숭아의 존재는 사람이 죽으리라는 법은 없다는 말을 증명한다. 아무래도 개량의 방향이 잘못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큰 수박도 있지. 여름 내내 목숨을 부지하게 해주는 콩국수와 비빔면도 빼놓을 수 없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그냥 물이나 공기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이스크림은 땀을 흘릴수록 너무 들쩍지근하고 묵직하게 느껴져서 손이 가지 않는다. 다행히 여름은 이 계절에 제일 잘 어울리는 디저트를 따로 가지고 있다. 젤리다. 그것도 소다 젤리다.
소다 젤리란 무엇인가! 그러니까 탄산이 들어간 젤리다. 시원하지만 이가 시리도록 차갑지는 않고, 형태가 몽글몽글 있는 듯하다가 스르륵 녹아서 사라지는 젤리는 물배가 차도 먹을 수 있어서 여름에 최적이다. 하지만 그런 젤리도 탄산을 주입하면 더 '쿨'해진다. 고체가 되었지만 여전히 살아있는 탄산이 입에 넣는 순간 혀끝을 토도도독 자극하지만, 목을 아프게 하지 않는다. 차가워도 너무 단 디저트는 탈수를 유발하지만, 소다 젤리는 탄산이 포인트가 되므로 덜 달아도 좋고 심지어 아예 달지 않아도 된다. 사케로도 젤리를 만들 수 있으니까! 칵테일 젤리!
나는 젤리에도 백인백색이 있어서 사람마다 나만의 젤리가 있다고 믿는다. 탄산수도 호불호가 갈리는 걸. 이렇게 더운 날 나는 과연 어떤 젤리가 먹고 싶은지 배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탄산수에 생강 시럽을 넣어서 진저에일 젤리? 콜라에 절인 체리를 넣어서 체리 코크 젤리? 맥주에 설탕을 조금 넣어서 맥주 젤리(물론 설탕을 안 넣어도 상관없다)? 민트와 럼을 넣어서 모히토 젤리(어쩐지 전부 술이다)? 원재료가 무엇이든 상관없다. 탄산이 우리를 톡 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젤리에 탄산을 가두려면 약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젤라틴을 녹이고 섞는 과정에서 탄산이 일부 날아가므로 액체류는 무조건 탄산이 센 것이 좋다. 그리고 판 젤라틴보다 빠르게 잘 녹는 가루 젤라틴을 쓴다. 그릇에 시럽 등 부재료를 넣고 탄산수를 절반만 살살 붓는다. 불린 가루 젤라틴(물과 1:1)을 넣고 살짝 저은 다음에 전자레인지에서 10초 정도 돌린다. 살살 저어서 젤라틴을 녹이고 나머지 탄산수를 섞어서 바로 용기에 붓는다. 그리고 일단 냉동고에 15분 넣어서 빠르게 굳힌 다음 냉장고에서 세 시간 정도 굳힌다.
조금 복잡해 보이지만, 탄산을 이만큼 아끼고 사랑한다는 뜻이다. 잡으면 꺼질까 불면 날아갈까의 심정이라고 할까. 벌써부터 초가을까지 더울 것이라 난리인 이번 여름은 끝날 때까지 내내 에어컨과 함께 소다 젤리를 애지중지할 예정이다.
생강 레몬 소다 젤리
나는 따뜻한 생강차를 만들 때도 항상 레몬을 넣는다. 매운맛에 청량감을 더해서 산뜻해진다. 중요한 건 탄산수와 젤라틴의 비율이니 시럽은 뭘로든 대체할 수 있다.
재료
탄산수 150ml, 젤라틴 가루 5g, 생강 레몬 시럽 2큰술
생강 레몬 시럽 재료(만들기 쉬운 분량)
생강 1쪽(5cm), 레몬 1/2개, 설탕 3큰술
만드는 법
1 생강은 깨끗하게 씻어서 껍질을 벗긴 다음 잘게 썬다. 레몬은 깨끗하게 씻어서 제스트를 길게 벗겨내 흰 속껍질을 제거한다. 즙은 따로 짜서 둔다.
2 냄비에 생강, 레몬 제스트, 레몬즙, 설탕, 물 3큰술을 넣고 중간 불에서 끓여 설탕을 녹인다. 식힌다.
3 젤라틴 가루는 물 1/2큰술을 부어 5분간 불린다.
4 그릇에 시럽 2큰술, 탄산수 절반 분량을 담고 젤라틴을 긁어 넣는다. 살짝 저은 다음 전자레인지에서 10초간 돌린다. 살살 저어서 젤라틴을 녹인 다음 나머지 탄산수를 살살 부어서 가볍게 섞는다.
5 용기에 ④를 조심스럽게 붓고 냉동고에서 15분간 굳힌 다음 냉장고로 옮겨서 3시간 굳힌다.
Writing&Drawing 정연주
Blog: 『이름을 부르기 전까지』 http://nonameprojectstory.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