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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주 Feb 12. 2019

하와이 새우 트럭 요리 만들기



화려한 호텔이며 쇼핑센터가 즐비한 와이키키에서 출발해 돌 파인애플 농장을 거쳐 넓은 파인애플 밭을 따라 한참 달리다 보면 하와이의 바다를 바라보는 주택가가 간간히 늘어선 노스 쇼어에 도착한다. 여기서부터는 왼쪽 허리에 널따란 바다, 오른쪽 허리에 울퉁불퉁한 산을 끼고 끝없이 달릴 수 있어 드라이브에도 제격이다. 하지만 중간에 꼭 차를 세우고 들러야 할 맛집, 아니 맛트럭이 있으니 바로 십여 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새우 트럭, 지오반니다.


모 유명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도 방문한 지오반니는 무려 1993년부터 장사를 시작했는데, 2006년 현재 트럭이 주차하고 있는 공간을 구입해서 가건물을 설치해 사람들이 편안하게 먹고 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코앞에 노스 쇼어 바다를 두고 있는 만큼 연신 새우를 볶아내는 트럭 앞의 긴 줄에도, 손님들이 삼삼오오 둘러앉은 플라스틱 식탁에도 서핑족이 가득하다. 심지어 가건물 안에 서핑 보드 모양의 간판도 하나 걸려 있다.



이렇게 서핑한 분위기의 지오반니에서는 무엇을 먹을까? 그야 당연히 새우다. 트럭 주문대 옆에 걸린 메뉴판 이름이 이미 ‘새우 메뉴’다. 모든 메뉴에는 점보 새우 열두 마리에 밥 두 덩어리가 딸려 나온다고 적혀 있다. 외국에서 자주 접하는 휙휙 날아다니는 길쭉한 쌀이 아니라 우리에게 익숙한 찰기 넘치는 둥근 쌀이라 왠지 더 반갑다. 메뉴판을 바라보다 지오반니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쉬림프 스캄피를 주문했다. 줄은 길지만 음식이 빨리빨리 나오는 덕분에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다.


사실 새우야 신선한 것으로 구하면 튀겨도 구워도 쪄도 볶아도 맛있는 재료니까, 기대의 최저치가 높은 만큼 최고치까지 높이지는 않는다. 그러니 엄청난 새우 요리를 먹겠다는 목표로 찾아간 것은 아니었다. 굳이 따지자면 돌 파인애플 농장을 비롯해서 렌터카로 오아후 섬을 한 바퀴 돌 핑곗거리를 찾았다고 할까? 네 개나 되는 하와이의 다른 섬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으니 적어도 오아후만큼은 다 돌아봐야 할 것 아냐. 오죽했으면 드라이브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하여 그 자리에서 먹지 않고 포장해서 돌아왔다. 석양이 지는 저녁에 테라스에 앉아 바다를 보면서 느긋하게 먹을 생각이었다.



쉬림프 스캄피를 포장하면 일회용 종이 접시에 익숙한 밥 두 덩이와 레몬 한 조각, 새우 요리를 담고 알루미늄 포일로 싸서 준다. 호텔 방에 돌아와서 뜯어보면 꼭 배달 음식을 주문해 먹는 기분이다. 적당히 한 끼 때우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웬걸! 폭발하는 듯한 맛의 향연이었다. 마늘을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듬뿍 넣고 충분히 캐러멜화해서 향긋하고, 새우는 껍질이 바삭하고 단맛이 진한 데다 레몬즙과 소금을 아낌없이 넣은 양념에서 짠맛과 신맛이 번갈아 치고 올라온다. 은은하고 우아한 천상의 맛이 아니라 바다에서 종일 놀다 뚝 떨어진 체력을 한 순간에 끌어올리는 힘 있는 맛이다. 소금 간이 강하니 가히 밥도둑이기도 하다.


그러니 하와이에서 돌아온 이후 새콤 짭짤하게 새우 볶는 나날이 시작된 것도 당연한 일이다. 원래 여행지에서 맛있게 먹은 음식이라고 해서 반드시 내 부엌에서 재현 가능하리라는 보장은 절대 없다. 보통 현지에서 아쉬움이 남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먹고 와야 한다. 참치 포케를 먹을 때도 절로 그런 생각을 했다. 몇 년은 추억으로 먹고살 수 있을 만큼 먹어야겠다. 그도 그럴 것이 하와이 근해에서 잡은 참치를 냉동 한 번 하지 않고 숭덩숭덩 썰어서 양념에 무쳐 넉넉하게 담아 주기 때문이다. 가격에 비하면 믿기지 않는 인심과 맛이다. 우리나라에서 생참치를 그만큼 구했다면 차마 조물조물 무치고 앉아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일 년 중 열한 달 정도는 우리 집 냉장고에 항상 있는 레몬과 마늘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이란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모른다.


일단 지오반니의 메뉴판을 찬찬히 뜯어보자. 당당하게 적힌 ‘우리 가게 대표 인기 메뉴’라는 글자 아래 새우를 올리브유와 다진 마늘·레몬·버터에 재웠다가 팬에서 볶았다는 친절한 설명이 쓰여 있다. 그러니 하와이안 새우 요리의 필수 재료는 당연히 새우, 마늘, 레몬, 버터다.


마늘은 이래도 되는 걸까 싶을 정도로 아주 듬뿍 다진다. 그리고 새우를 손질해서 지퍼백에 담고 마늘과 레몬즙 등을 넣어 재운다. 타지 않고 갈색으로 익은 마늘이 새우와 함께 씹히는 짭조름한 맛이 매력이니 절대! 절대 마늘을 태우면 안 된다. 그러니 새우를 먼저 팬에 구운 다음 덜어내고, 마늘을 버터에 충분히 볶은 다음 레몬즙을 넣어서 졸인다. 새우를 다시 넣고 버무리면 완성!


하와이안 새우 요리는 무엇보다도 충격적일 정도로 새콤하고 짭짤하고 고소해야 한다. 맛의 기준을 잘 모르겠다면 땡볕 아래 뛰어다녀서 염분 보충이 필요할 때 약으로 쓸 수 있을 정도인지 생각해보자. 분명 지오반니의 쉬림프 스캄피도 서핑을 하고 나면 더 맛있겠지. 태양과 바다, 아웃도어 라이프가 만들어낸 최상의 조합이다.



하와이안 새우 요리


지오반니 새우 트럭 스타일. 비록 건강에는 좋지 않더라도, 소금 간을 짭짤하게 하면 하와이 분위기가 훨씬 깊어진다. 짭짤하고 새콤하고 향긋하도록 소금도 레몬즙도 마늘도 넉넉하게 넣자. 새우는 원하는 타입으로 바꾸어도 좋다.


재료(2인분)

칵테일 새우 300g, 마늘 1통, 레몬 1개, 밀가루 1/2큰술, 버터 2큰술, 올리브유 적당량, 파프리카·소금·후추 약간씩


만드는 법

1 마늘은 잘게 다진다. 레몬은 깨끗하게 씻어서 제스트를 벗긴 다음 즙을 짠다.

2 지퍼백에 물기를 제거한 칵테일 새우, 다진 마늘 1큰술, 올리브유 1큰술, 레몬즙 1/2개 분량, 레몬 제스트, 밀가루, 파프리카, 소금, 후추를 넣고 입구를 봉해 잘 버무린다. 냉장고에 넣어 30분간 재운다.

3 팬에 버터 1큰술과 올리브유 약간을 두른다. 칵테일 새우를 넣고 앞뒤로 핑크색이 돌 때까지 굽는다. 너무 오래 굽지 않도록 주의한다. 구운 칵테일 새우를 접시에 담는다.

4 새우를 들어낸 팬에 버터 1큰술을 마저 녹이고 남은 다진 마늘을 넣는다. 파프리카와 소금, 후추를 넉넉히 뿌리고 마늘이 갈색을 띨 때까지 잘 볶는다.

5 팬에 남은 레몬즙을 넣고 잘 섞어서 반쯤 졸인 다음 접시에 담은 새우 위에 골고루 뿌려 낸다. 취향에 따라 레몬 조각이나 바삭하게 구운 마늘, 밥을 곁들여 낸다.



* <온갖 날의 미식 여행> 단행본이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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