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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주 May 06. 2017

DIY 팬케이크 믹스 만들기

그렇다, 나는 팬케이크 믹스를 직접 만들어 쓰기로 결심했다. 이유를 굳이 거창하게 설명하자면 나와 팬케이크 사이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하나라도 없애고 싶었고,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매번 시판 믹스를 사 오고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기가 귀찮았다. 사람마다 귀찮아하는 대상이야 제각각이겠지만 어차피 노상 베이킹을 하는 사람이라면 팬케이크 믹스 정도는 지금 당장 벌떡 일어나기만 하면 5분 만에 만들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딱 네 가지 기본 재료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 5분의 과정을 길게 늘여서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일단 DIY 팬케이크 믹스를 어디에 보관할지 결정하자. 가루 재료뿐이라 밀폐 유리병에 넣어도 좋고, 아무 보존 용기에 담아도 괜찮고, 심지어 지퍼락에 넣어놔도 상관없다. 볼에 밀가루(중력분)를 세 컵, 베이킹파우더를 두 큰술, 설탕을 두 큰술, 소금 약간을 넣고 잘 섞어서 보관할 통에 담는다. 아니, 사실 중력분이 없어서 박력분을 넣었고 잘 섞이면 장땡이니까 보관 용기에 냅다 담아서 탈탈 흔들어 섞었다. 이제 서늘한 곳에 보관하면서 그때그때 꺼내서 사용하면 된다. 이왕이면 기타 재료 배합 비율을 따로 기록해서 병에 붙여두는 편이 좋다. 누구든지 만들 수 있어서 조금 더 ‘시판 믹스’의 존재 의의에 가까워지니까. DIY 믹스로 팬케이크를 만드는 재료 배합은 간단하다. 주로 믹스 1컵당 우유 1컵, 달걀 1개, 녹인 버터 1큰술을 섞으면 된다. 조금 뻑뻑한 반죽을 선호하면 우유를 반 컵에서 3분의 2컵만 넣어도 충분하다. 


시판 믹스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직접 만든 믹스로 팬케이크를 부치면 밍밍하고 단조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DIY 팬케이크 믹스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이 빈 캔버스 다운 자유로움이다. 시판 믹스보다 덜 달고 향신료를 넣지 않아서 그때그때 원하는 스타일로 자유롭게 변형 가능하다. 그러니 맛있는 팬케이크를 먹고 싶다면 향신료도 마음껏 넣고 부재료도 잔뜩 넣어보자. 


가을에 제일 추천하고 싶은 변형 팬케이크는 펌킨 초콜릿 칩 팬케이크다. 여기서는 땅콩 호박을 사용했지만 단호박이나 늙은 호박 등 노란 호박이라면 뭐든지 상관없다. 뭣하면 고구마를 대신 넣어도 좋다. 깍둑 썰어서 전자레인지에 찌거나 냄비에 삶아서 으깨 퓌레를 만든 다음, 믹스 1컵 기준으로 호박 퓌레 4큰술을 넣는다. 초콜릿 칩을 한 움큼 넣은 다음단 걸 좋아하는 편이라면 설탕을 한 큰술 첨가한다. 호박에는 향신료가 어울리니까 바닐라와 시나몬, 넛맥 가루를 조금씩 넣어서 잘 섞는다. 이제 적당량씩 부어서 부치기만 하면 된다. 어울리는 시럽은 당연히 짙은 나무 향이 물씬 풍기는 메이플 시럽이다. 


애플파이풍 팬케이크도 매력적이다. 반죽에는 애플파이에 주로 들어가는 향신료인 시나몬, 카다몸, 넛맥 등을 조금씩 넣는다. 물론 나는 여기에도 설탕을 한 큰술 더 넣었다. 사과는 심을 제거하고 적당한 크기로 썬 다음, 프라이팬 에버터를 녹여서 설탕과 함께 살짝 볶는다. 그 위에 팬케이크 반죽을 부어서 앞뒤로 굽는다. 


부재료를 손질하기 귀찮으면 그냥 설탕과 냉동 블루베리, 설탕과 초콜릿 칩, 피넛버터와 초콜릿 칩 등을 넣어서 부치면 끝이다. 조금 더 보들보들하게 부치고 싶으면 우유 3분의 2 정도를 플레인 요구르트나 사워크림으로 대체해보자. 전체적으로 고운 갈색을 예쁘게 띠도록 굽고 싶다면 요령은 간단하다. 달군 프라이팬에 키친타월로 식용유를 고루 묻힌 다음, 젖은 행주에 프라이팬 바닥을 대서 ‘치이이이이이이익-‘ 소리가 날 때까지 기다린 다음 반죽을 부어서 구우면 된다. 솔직히 귀찮으면 수도꼭지에서 천천히 흐르는 물로 프라이팬 바닥을 식히곤 한다. 


DIY 팬케이크 믹스는 놀랍게도 설탕과 바닐라향만 더하면 시판 믹스와 그다지 다를 점이 없다. 아마 바닐라빈 씨를 긁어내서 넣거나 쓰고 말린 바닐라빈 꼬투리를 넣어 두면 향이 깊게 배겠지만, 변형하기 좋다는 점이 매력적이니까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두세 장만 구우면 벌써 믹스 3분의 1이 사라지니 바닐라향이 밸 틈도 없다! 나중에 통밀이나 메밀가루로도 만들어 봐야지. 이제 미처 ‘핫케이크 가루’를 사 오지 않았더라도 훨씬 내 취향에 맞는 팬케이크를 아무 때나 순식간에 구울 수 있다. 이상적인 팬케이크 월드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진 기분이다.



DIY 팬케이크 믹스


재료

밀가루 3컵, 베이킹 파우더 2큰술, 설탕 2큰술, 소금 약간


팬케이크 추가 재료

믹스 1컵당 우유 1컵, 달걀 1개, 녹인 버터 1큰술. 기타 추가 재료 자유로이 첨가.


Writing&Drawing 정연주

  Blog: 『이름을 부르기 전까지』 http://nonameprojectstory.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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