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연주 Apr 30. 2017

수정과를 구우면? 곶감캐러멜 파운드케이크가 된다

눈 앞에 산처럼 쌓아놔도 멀뚱멀뚱, 말라비틀어지도록 도무지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던 재료가 있었으니 바로 곶감이다. 아니, 이건 음식이 아니라 장식이지. 줄줄이 꿰여서 처마 근처에 걸려 있으면 정감 넘치고 홀수로 차곡차곡 쌓아두면 제사상인 허연 장식품 아닌가? 턱이랑 치아가 약해서 '씹고 뜯는 맛'을 즐기지 않는 사람에게 동글납작한 곶감은 너무 질겨서 먼 그대다. 단감도 딱딱해서 별로다. 오로지 씨를 뱉을 일도 없는 부드러운 홍시만이 감나무의 존재 의의다. 


라고 생각했다, 수정과에 담근 반건시를 먹기 전까지. 계피와 생강의 맵싸하고 알싸한 향을 잔뜩 머금은 부들부들 촉촉해진 곶감이라니, 적당히 쫀득해진 홍시 같잖아! 숟가락으로 톡톡 건드려서 껍질 속만 파먹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곶감은 맛있구나. 호랑이보다 무서운 맛이란 건 이런 것이군. 


수정과는 대체 어떻게 만드는 것인가 싶어서 레시피를 찾아보니 필요한 재료는 곶감을 제외하면 딱 네 가지, 물에 생강과 계피와 설탕이었다. 어, 그야말로 베이킹에 잘 어울리는 재료들인데? 생각해보니 곶감은 말린 과일이었다. 그렇다. 이렇게 새삼스럽게 깨달아야 할 정도로 곶감이라는 존재에 무심하게 살아왔던 것이다. 반성하는 마음으로 수정과를 반영한 곶감 캐러멜 파운드케이크를 만들기로 했다. 



파운드케이크는 원래 설탕, 달걀, 버터, 밀가루를 1파운드씩 넣어야 하지만 그래서는 완벽한 파운드케이크를 만들 수 없다는 쿡스 일러스트레이티드의 가르침 아래 그들의 비율을 따라 양을 조절했다. 곶감은 반건시를 사용해서 불릴 필요 없이 다지고, 시나몬 파우더를 넉넉히 넣는다. 사실 생강절임을 만들어서 다져 넣었으면 완벽하게 수정과 파운드케이크가 되었겠지만 귀찮았으므로 계피와 황설탕만 반영해서 설탕을 황설탕으로 대체했다. 이것만 가지고서는 캐러멜의 풍미가 아쉬우니까 굽고 나서 캐러멜 아이싱을 뿌리기로 결정한다. 


참고로 파운드케이크의 매력포인트인 일자로 갈라진 윗면을 확실하게 만들고 싶다면 실온의 버터를 사용하면 된다. 여분의 버터를 부드럽게 풀어서 짤주머니에 넣고, 틀에 채운 반죽 위에 한 줄로 짜 올린다. 그러면 정확히 가운데가 갈라진 파운드케이크를 만들 수 있다. 


여기서 존득 저기서 존득 반건시가 씹히고 시나몬은 향기로운 데다 캐러멜이 고소한, 씹을 수 있는 수정과를 모티브로 만든 곶감 캐러멜 파운드케이크다. 느지막이 깨달은 곶감의 맛을 최대한 즐기기 위해서 반건시 하나를 통째로 넣은 수정과를 곁들여 본다. 좋구나, DIY를 밝히는 본능에 이끌려 과도를 들고 감 껍질을 깎아 말리고 싶은 맛이다. 



곶감 캐러멜 파운드케이크


쿡스 일러스트레이티드의 베이킹 북 <베이킹 일러스트레이티드>를 매우 참고한 레시피다.


재료(파운드케이크 1개 분량)

곶감(반건시) 3개, 무염버터 225g, 황설탕 1 1/2컵, 달걀 3개, 달걀노른자 3개, 바닐라 익스트랙트 1/2작은술, 시나몬 파우더 1작은술, 소금 1/2작은술, 밀가루(박력분) 1 1/2컵

캐러멜 아이싱 재료

황설탕 1컵, 크림 1/3컵, 버터 2/3큰술


만드는 법

1 곶감은 잘게 다진다. 볼에 실온의 버터와 황설탕을 넣고 잘 휘저어서 하얗게 푼다. 

2 다른 볼에 달걀과 노른자를 넣어서 푼다. 버터와 설탕 볼에 조금씩 부으면서 잘 섞는다. 가루 재료를 채 쳐 넣고 조심스럽게 섞는다. 곶감과 바닐라 익스트랙트를 넣고 잘 섞는다. 유산지를 깔거나 버터를 바르고 밀가루를 입힌 파운드케이크 틀에 반죽을 붓는다. 

3 여분의 버터 30g가량을 볼에 넣고 부드럽게 푼다. 짤주머니에 넣고 반죽 가운데에 한 줄로 짠다. 

4 165℃로 예열한 오븐에 넣고 약 75분간 굽는다. 

5 파운드케이크가 익는 동안 냄비에 캐러멜 아이싱 재료를 전부 넣고 20분 정도 졸인다. 

6 꼬챙이로 찔러서 아무것도 묻어나지 않을 정도로 익으면 꺼내서 틀에서 꺼내 베이킹 트레이 위에 올린 철망에 얹는다. 뜨거울 때 위에 아이싱을 바른다. 


Writing&Drawing 정연주

Blog: 『이름을 부르기 전까지』 http://nonameprojectstory.tistory.com


매거진의 이전글 촉촉한 소금벽, 소금 크러스트 감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