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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주 Apr 25. 2017

촉촉한 소금벽, 소금 크러스트 감자

지금 와서 돌이켜보건대, 소금 크러스트를 직접 만들기 전에는 수많은 궁금증이 존재했다. 소금 크러스트, 그러니까 소금 반죽이라는 게 대체 뭐지? 반죽까지 먹을 수 있나? 애초에 왜 굳이 소금으로 반죽을 만들어서 굽는 걸까? 왜 나는 존재 자체에 의문을 가지면서도 소금 크러스트를 만들어보고 싶을까? 


이 모든 궁금증의 해답은 바닷가에 놀러 가면 먹곤 하는 대하 소금구이의 존재 의의와 비슷하다. 차림새가 강렬해서 존재감이 뚜렷한데, 생각보다 간단하고 맛있기 때문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지만 소금 반죽은 절대로 먹을 수 없다. 50% 이상이 순수하게 소금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만지고 나서 손을 핥기만 해도 짜다. 왜 핥아봤느냐고는 물어보지 말자. 감자칩을 먹고 나면 손가락을 핥아야 하는 것과 비슷한 반사작용이다. 그리고 오븐에서 굽고 나면 아주 정말 매우 딱 딱 해서 소금으로 만든 갑옷 내지는 담장에 가까워진다. 먹는 걸 넘어서서 비닐봉지가 찢어지지 않도록 쓰레기봉투에 넣는 것도 일이다. 하지만 공룡알처럼 단단한 소금옷 안에서 촉촉하고 짭쪼름하게 익은 감자나 부피가 두배는 커진 화려한 소금 크러스트 통닭구이는 맛도 모양새도 중독성이 있다. 내가 김치도 잘 담그지 않으면서 굵은소금을 몇 킬로그램 단위로 사다 놓는 이유는 오로지 구미가 당길 때 소금 반죽을 만들기 위해서다. 


게다가 소금 크러스트는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만들기가 쉽다. 굵은소금에 필요하면 가는소금을 섞고 밀가루를 적당히 부은 다음 뭉쳐질 만큼 물을 넣고 섞으면 된다. 소금만 수북하게 부어서 재료를 푹푹 박아 넣어 굽기도 하고, 물 과밀 가루 대신 달걀흰자를 넣기도 한다. 후추나 정향, 팔각등 향신료나 허브를 섞어 넣으면 향이 더해지는 효과도 있다. 감자나 비트·닭가슴살·생선 등 온갖 재료로 만들 수 있는데 반드시 통째로 감싸야하고, 너무 짜지지 않도록 간을 할 때 주의해야 한다. 재료 자체의 수분으로 쪄지듯이 부드럽게 익는 점이 특징이고, 밀가루 반죽처럼 봉해지지 않고 기공이 생기기 때문에 재료에 가볍게 색이 나기도 한다.


온전한 통닭 한 마리처럼 커다란 재료에 소금 크러스트를 입히면, 물론 모두의 시선을 강탈하는 엄청난 비주얼이 완성되지만, 베이킹 트레이가 묵직하고 부피가 커서 오븐에 넣고 뺄 때마다 커다란 탄알을 다루는 기분이 된다. 하지만 감자나 비트처럼 동글동글한 채소에 소금 반죽옷 입히기는 만들기도 재밌고 쌓아두기도 재미있다. 젖은 모래처럼 서걱거리는 소금 반죽을 적당히 떼어서 깨끗하게 씻은 감자를 감싸듯이 붙여서 구우면 끝이다. 소금옷을 뜯어내고 조금 짜다 싶으면 껍질을 벗겨내고 속살만 먹으면 된다. 그냥 구울 때와 다르게 속살이 전체적으로 촉촉하다. 


다만 소금옷을 그대로 둔 채로 보관하지는 말자. 짜다 못해 써서 소태 같다는 게 어떤 맛인지 알 수 있게 된다. 충분히 예측 가능한 사태인데 왜 그랬냐고 물어보지 말자. 살다 보면 정신을 오븐에 넣어두고 깜박할 때도 있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그래도 살짝 괴로워하면서 다 먹었다. 오븐에 구운 촉촉한 감자를 버린다는 건 나의 선택지에 없는 일이기 때문에. 잊지 말자, 화려하고 대담한데 간단하고 촉촉하고 향긋한 음식을 만들고 싶다면? 해답은 언제나 소금에 있다. 



소금 크러스트 감자 구이


재료

감자 8~9개, 굵은소금 400g, 가는소금 200g, 밀가루 400g, 물 적당량


만드는 법

1 감자는 깨끗하게 씻어서 물기를 제거하고 껍질째 준비한다. 오븐을 200℃로 예열한다. 

2 볼에 굵은소금과 가는소금, 밀가루를 넣고 물을 뭉쳐질 만큼 가감하면서 넣으며 반죽한다. 

3 2의 반죽을 적당히 나눠서 감자에 일정한 두께로 펴 발라 완전히 감싼다. 너무 얇으면 갈라지고 떨어져 나오니 주의한다. 

4 소금옷을 입힌 감자를 오븐에 넣어 1시간 정도 굽는다. 다 익었는지 확인하려면 반죽이 갈라진 것을 골라 꼬챙이나 칼을 틈새에 넣어서 찔러 푹 들어가는지 본다. 뭐든지 하나는 갈라지게 되어있다. 


Writing&Drawing 정연주

Blog: 『이름을 부르기 전까지』 http://nonameprojectstory.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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