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워솔저스 (We Were Soldiers, 2002)

영화 속 군인정신 #2

by 남보람

* 대한민국 국군장병 정신교육용 칼럼입니다. 월1회 국방일보와 정신교육 교재에 실리고 있습니다.


‘이아 드랑 전투’와 위워솔저스‘


“위워솔저스 (We Were Soldiers, 2002)”는 실전 사례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원작은 1965년 11월 14일, 베트남의 ‘이아 드랑(Ia Drang)’에서 벌어졌던 미군과 북베트남군의 전투를 소재로 한 책 "우리는 젊은 군인이었다 (We Were Soldiers Once, and Young, 1992)" 이다.


이아 드랑은 베트남 중부고원지대 지아라이(Gia Lai) 성의 교통요충지로 작전적으로 중요한 목표였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 상징성도 지니고 있었다. 가깝게는 미국의 지원을 받는 남베트남군이 1965년 5월에 대패한 곳이었고, 멀게는 1954년 6월 프랑스군이 베트남에서 철수하기 전 궤멸적 피해를 입은 전장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은 일대의 고원지대를 기습 공략하여 전략적 균형을 일거에 유리하게 전개시키려 했다.


그러나 전황은 미측에 매우 불리했다. 북베트남군이 수적 우세를 갖춘 채 전투 준비를 마친 상태였고 더군다나 언제 어디로 미군이 올지 예측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지 지형과 기상이 그들의 편인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따라서 미국은 가용한 부대 중 최정예를 선발해서 보내야 했다. 여기에 선택된 것이 바로 미 제1기병사단이었다.


미 제1기병사단은 제2차 세계대전, 6.25전쟁 등에서 승리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강한 부대이며, 그 역사가 남북전쟁과 서부개척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전통 있는 부대였다. 사령부는 공중수송수단을 통한 공정작전을 수행하기로 하고 사단 내에서도 전투력이 우수한 3개 대대를 별도로 선발했다. 그리고 이들을 미 제3기병여단전투단에 재배속하여 작전수행을 위한 최적의 조합을 만들었다. 북베트남의 고원지대 한 가운데 가장 먼저 들어갈 선봉부대는 미 제7기병여단 예하에 있던 제1대대가 맡기로 했다. 이 부대의 지휘관이 영화 “위워솔저스”의 주인공이기도 한 할 무어(Harold Gregory Moore Jr.) 중령이다.


할 무어 중령이 이끄는 선봉부대


할 무어 중령이 이끄는 제7여단 제1대대가 제3여단전투단의 선봉부대로 뽑힌 이유는 그 부대의 교육훈련 수준이 가장 뛰어났기 때문이다. 전장에 투입되기 전 부대원이 가장 매진한 분야도 교육훈련이다. 2014년 3월, 미 제1기병사단을 찾은 예비역 대령 라몬 나달(Ramon Nadal, 1965년 11월 전투 당시 제1대대 A중대장)은 이렇게 말했다. “간부들이 병사들에게 전투경험에 준하는 능력을 갖추게 할 수 있는 방법은 교육훈련을 시키는 것뿐입니다.”


할 무어 중령의 부대가 베트남 이아 드랑 일대에 도착한 것은 1965년 11월 14일이다. 부대는 전개와 동시에 북베트남군과 교전을 펼쳤다. 부대는 차례대로 위기를 맞았고 해가 지기 전에 완전히 포위되었다. 포위된 상황에서 미군은 4일 밤낮을 버텼다. 천신만고 끝에 목표 지형지물 일대를 차지한 후 추산해보니 투입된 병력의 30퍼센트 이상이 전사했다. 북베트남군의 피해는 더 심각했다. 투입된 병력의 70퍼센트 이상이 전사하고도 자신들의 포위망 속으로 들어온 미군 3개 대대를 격멸하지 못하고 요충지를 빼앗겼다. 나중에 사후검토분석(After Action Review) 등을 통해 분석해보니 할 무어 중령의 제1대대는 전멸하지 않은 것이 이상했다. 임무, 적, 지형 및 기상, 가용부대, 시간(METT-T) 요소 그 어느 것도 유리한 것이 없었다.


이아 드랑 전투와 교육훈련의 중요성


위기를 견뎌내고 임무를 달성할 수 있었던 여러 요소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나 교육훈련이었다. 그들은 작전투입을 앞두고 대대장부터 신병까지 누구 하나 열외 없이 마치 임무에 미친 사람처럼 교육훈련을 했다. 그랬기에 실전에서도 대대장을 포함한 간부들이 맨 앞에서 포위망을 뚫을 수 있었고 북베트남군 증원군이 측후방을 기습했을 때 다시 반대쪽으로 달려가 부대원을 리드할 수 있었다. 소대장과 통신병이 정확한 좌표를 표정하고 항공과 포병 화력을 요청할 수 있었던 것도, 리더의 단편명령에 맞춰 일사분란하게 전투대형을 전환할 수 있었던 것도 교육훈련의 결과였다.


이아 드랑 전투를 다룬 미 보병학교의 전훈(Lesson Learned) 평가서는 미 제7기병여단 제1대대의 리더십을 조명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병사들은 솔선수범으로 입증된 리더들의 능력을 신뢰했다’고 기술한 부분이 눈에 띈다. 세계 각국의 리더십 교범은 솔선수범(Lead By Example)으로부터 동심원을 그린다. 솔선수범은 능력으로 뒷받침될 때 큰 효과를 발휘한다. 우리 구 교범 �지휘통솔�에서 “능력으로 부하를 압도하라”고 강조한 연유가 이와 같다. 결국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장의 리더십 역시 교육훈련에 기반한다. 할 무어 중령은 직접 작성한 보고서에서 구체적으로 화력지원, 기동, 전술전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술전기 파트의 경우 현장지휘, 야간작전, 사주방어, 무선통신을 예로 들었는데 이런 과업을 잘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은 평소에 교육훈련을 열심히 하는 것 외에 다른 왕도가 없다.


에필로그


복싱 헤비급 챔피언 마이크 타이슨의 다큐멘터리 도중 그의 연습 장면이 나온다. 다큐멘터리를 보는 사람들은 아마 박력 있고 특별한 무언가가 타이슨의 체육관에 있을 것으로 기대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연습장면은 다른 컷과는 달리 배경음악이나 나래이션 없이 단선적인 연출이 의미 없이 롱테이크로 이어진다. 땀 냄새와 숨소리만 가득한 체육관에서 타이슨이 하는 것이라고는 쉼 없이 발을 움직이고 손을 뻗는 것 밖에 없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가 아주 오래 전부터 이것을 꾸준히 해왔으며 경기를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은 날에도 시간표대로 묵묵히 훈련을 반복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권투든 전투든 상대와 싸워 이겨야 하는 이들 앞에 공평하게 놓인 단 하나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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