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에게.
지난날 우리의 마지막 악수는 얼마나 깊이 뿌리를 내렸을까. 마음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몰라서 묻힌 곳을 짚어낼 수가 없어. 아주 희박한 확률로 마음이 아닌 곳에 묻혔더라도, 깊숙이 파묻히다 길을 잃은 것이라 할지라도. 만약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는 뿌리를 발견해도 뽑을 자신이 없어. 그래서 뿌리는 뿌리로 두고 유영해 나가기로 했어.
우리가 나눈 것은.
어둠을 넘어 또 한 번의 어둠이 찾아오고 그러므로 이곳이 영원한 어둠이라 불리게 될지라도 눈을 뜰 수 있겠다 싶었어. 왜냐면, 우린 그것에 적응할만한 힘을 가졌잖아.
매일 숨을 잃을까 걱정하며 걸어 나갔던 그 밤엔 네가 서 있었어. 처음부터 다 꿈이었다고 이제 꿈에서 깨어 나왔으니 새로운 꿈을 꾸러 가자고.
때때로.
내가 오늘 죽는다면 그전에 네 얼굴이 흐려졌으면 좋겠다 싶었어. 선명하면 다시 살고 싶어 지니까. 때때로 오늘이 마지막이어도 괜찮겠다 싶었어.
끝.
예술가들은 주로 밤에 활동한대. 너와 있는 동안에 난 글을 쓰지 않았어. 우리가 나눈 것은 이른 새벽이었다 말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