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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수 Jul 18. 2020

모든 것들을 위한 시간

에세이

 처음부터 모든 것들을 완결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다.

 2020년은 무언가를 시도하고 열어두며, 쉬어가는 해가 되길 원했다. 글, 취미, 여행, 그게 무엇이든. 가장 큰 바람은 내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싶었다. 공모전에 뛰어들기도 했고, 취미로 그림을 그려 보기도 했고, 기타를 배워 보려고도 했다. 많은 것들에 시간을 쏟아부을수록 깨달았다. 정확히 안다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모든 것들을 위한 시간 속에서 그 무엇도 완결할 수 없었다.


 2019년의 마지막 달력이 넘어가기 전, 나는 내가 무얼 하고 싶은지 아는 편이었다. 혼자 국내 공정여행을 기획하고  2020년 5월에 떠나는 것. 2019년은 '혼자'라는 단어에 익숙지 못했다. 혼자 여행이라도 다녀오면 자립심이라도 길러질까. 그런 기대감에서 계획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사진도 영상도 남기지 않을 계획이었다. 그곳에 가서 오롯이 눈으로만 담아오고 싶었다. 오감으로 기록되는 여행을 해보고 싶었다. 국내 지도에 가고 싶은 곳을 표시하며, 그곳에 대한 루트를 짜 놓기도 했다. 하지만 2020년,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고. 여행 이외에 모든 계획들에 차질이 생겼다.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습작이었다. 잊어버리고 있었다. 시도하고 열어두는 시간 속에 '글'도 있었다는 것을. 그걸 잊어버린 나는 습작이 아닌 걸작을 향해 달렸고. 그 무엇도 완결해 낼 수가 없었다. 구체적인 설계 없이 달려온 4년에 대한 휴식,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해 탐구하는 시간. 어쩌면 내 인생의 4분의 1밖에 흐르지 않았을 현재의 시점에서. 가장 해야 될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모든 것들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다. 혹시 발견할지도 모를 새로운 길을 위해서였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글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서였을까.


 미성숙한 나의 이야기는 미완성으로 남게 되었다. 2020년의 절반을 보내고 절반을 남기며. 딱 한 가지의 계획만을 성공시켰다. 그 무엇도 완결시키지 않고 열어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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