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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수 Jul 20. 2020

<Sudays at Tiffany's>

영화 리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온 상상의 친구 마이클.

마이클은 제인 이외에 다른 누군가에게는 보이지 않는 제인의 상상 속 소울메이트이다. 마이클이 제인 앞에 처음 나타났을 때는 제인이 다섯 살이 되던 해, 그녀가 태어났던 크리스마스이브 날이다. 마이클은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누군가에게로 떠나야 한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로. 그것이 마이클의 필요성이자, 그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이다. 제인이 열 살이 되던 해, 크리스마스이브날 마이클은 그들이 처음 마주 섰던 엘리베이터를 타고 떠나버린다. 그리고 제인이 서른이 될 무렵, 다시 그녀 앞에 나타났다. 이번엔 다른 누군가에게도 보이는 마이클로.


  “왜 제빵사가 되지 않았어? 작가는?”

   마이클은 질문했다.

  “어릴 때 가졌던 꿈을 이루는 사람은 없어. 그게 가능했다면, 모든 남자애들이 소방관이나 트럭 운전수가 되거나, 여자애들은 마돈나가 되겠지. 신기루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고 있는 거야.” 제인이 답했다.  

   신기루는 실제의 위치가 아닌 위치에서 보이는 기이한 현상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어릴 적 꿈은 신기루와 같아서 닿을 수 없는 어드메에 존재한다. 하지만 가끔은 그 신기루를 손에 쥐고 펼쳐보는 사람도 존재한다. 나는 신기루를 잡아보기는커녕, 눈앞에서 본 적조차 없다. 지금은 신기루를 좇고 있는 중이다. 여덟이라는 해가 내 생에서 흘러갈 때쯤 나는 끊임없이 공상을 해왔다. 그 공상은 나를 현실과 분리시키는 것에 일조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꿈을 쥐어 주었다. 그리고 무책임하게 어느 순간 떠나버렸다. 마치 마이클처럼. 제인의 말처럼 어릴 때 가졌던 꿈을 이루는 사람이 없다면, 나는 어릴 때에 꿈을 좇는 사람이 되고 싶다.          


 

  “네가 내게 중요한 존재가 아니었던 척했어. 너무 고통스러워져서 더 이상 널 떠올릴 수 없어지니까. 어떤 것에 대해 어떤 것도 느끼지 않는 건 쉬우니까.”

  마이클이 제인의 삶 속에 들어왔다 나가버린 한 사건은, 그녀를 한동안 절망 속에 가둬두었다. 다시 돌아온 마이클에게 제인은 그때의 절망을 고백한다.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녀는 어떤 것에 대해 그 어떤 것에도 감정을 소비하지 않으려 했다. 제인은 알려 주었다. 어떤 것에 대해 어떤 것도 느끼지 않아야만 현재를 굴릴 수 있는 시간의 축이 존재한다는 것을.


          

  “옳은 결정이 언제나 최선의 결정인 건 아냐, 제인”

  유명 배우이자, 재력가인 ‘휴’와의 식장에 들어서자 제인의 친구가 제인에게 던진 말이다. 그날은 크리스마스이브 날이고, 마이클이 또다시 떠나가야 하는 날이다. 제인은 그와의 결혼이 옳은 것이라 믿어왔고, 확신했다. 하지만 돌아온 마이클은 보여줬다. 휴는 제인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제인의 엄마는 말했다.

  “이게 네 행복과 안전을 위한 마지막 기회가 될 거야.”

  틀린 말은 아니다. 돈과 명예를 가진 남자와의 결혼으로 인해 기본적인 것 이외에 많은 것들을 충족하며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싫은 것도 참아내고 그에게 더 맞춰가며 살아가야 하는 ‘휴’와, 제인이 좋아하는 모든 것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살아왔고. 제인이 사랑하는 것들만 기억하고 보게 해주는 ‘마이클’ 중 누구와의 사랑이 제인에게 행복할까.     


   나는 이 영화가 그저 가벼운 킬링타임용의 사랑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이클’은 제인의 ‘소울메이트’였지만, 그는 단순히 소울메이트의 의미를 떠나 제인의 어릴 적 꿈을 상징하는 듯했다. 그녀가 이루지 못했고 가지지 못했던 모든 것들. 작가라는 꿈과 소울메이트 마이클. 그 모두를 보여주는 듯했다. 영화는 허망하다 생각했던 어린 시절 우리들의 꿈을 마이클에 투영시켜 보여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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