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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수 May 02. 2024

아직도 드라마에 과몰입하는 사람이 있다고요?

네, 그것도 접니다!

보다가 멈춰도 좋은 인상으로 남아 다시 찾게 만드는 드라마들이 있다.

나는 드라마를 한 번에 후루룩 보지 않는 편이다. 천천히 봐야 잔잔하게 오래도록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몇 년이 걸려서는 안 되겠지만.


뒷이야기가 남아 있다는 것에서 오는 안도감과 기다림이 주는 설렘이 합쳐지면 결말에 대한 여운이 극대화된다.


최근엔 ‘선재 업고 튀어’라는 드라마에 푹 빠졌다. 덕분에 고3 때 했던 첫 연애가 생각났다. 고3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연애를 꽤 오래 했다. 쉬는 시간 10분 동안 그의 카톡만 기다렸고 그가 보내 준 녹음본을 듣고 야자(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힘을 내기도 했다.

그땐 온 세상이 꽃밭으로 변해 있었다. 평소 장난을 (정말) 짜증 날 정도로 많이 치던 내 친구도 그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워 보일 수가 없었다.

헤어지고 이런 감정이 또 다시 찾아올까 걱정도 했지만 그건 정말 괜한 걱정이었다. 다시 사랑을 시작해 보니 그때도 그 뒤에 오는 사랑에도 나는 누구보다 진심에 가까웠다. 그래서 영화도, 드라마도, 소설도 로맨스 장르를 가장 좋아한다.

 

로맨스가 인생 장르인 나에게, 인생 드라마는 단연 ‘멜로가 체질’이다.

본 방 땐 안 보고 뒤늦게 빠져들어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 거야.’만 주야장천 듣던 시절도 있었다. 엔딩에 ‘사랑해’ 씬은 정말 미쳤다. 아, 이런 드라마가 나올 수 있구나. 싶은 결말이었다.


다들 비중이 가장 많은 진주(천우희)와 범수(안재홍) 커플을 좋아했지만, 나는 소민과 민준(배우랑 매니저 커플)의 이야기가 제일 좋았다. 그냥 소민(이주빈 배우)이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소민을 사랑하는 민준이 너무 멋져 보였다. 민준은 소민이 누구에게도 무시받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자신에게 있어 늘 최고의 연예인은 소민이라 생각하는 듯 보였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더 빛나길 바라는 그 마음이 너무 예뻤다. 나도 그렇게 상대의 예쁜 면을 먼저 보고 그 사람을 밝혀주는 사랑을 해보고 싶다.


웬만해선 이미 정주행 했던 드라마를 다시 보는 일이 거의 없는데, ‘멜로가 체질’은 3번이나 봤다. 밥 먹을 때마다 꼭 틀어넣는 ‘거침없이 하이킥 5분 순삭’ 다음으로 많이 찾은 드라마인 것 같다.


한때 드라마 극본을 써 보고 싶었는데, 그건 내 영역이 아닌 듯하여 빠르고 깔끔하게 포기했다. 왜냐면 나는 스토리 쓸 때 인물을 매력 있게 그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물을 잘 만들어서 설레도록 만드는 데에는 재주가 없단 말이다.

그러니 앞으로도 로맨스 드라마 앞에서 주책맞게 울고 웃는 시청자 1인으로 남아 행복감을 느낄 것이다.


드라마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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