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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정면

단상

by 이은수

그 길을 몇 번이고 지나왔지만 그냥 불투명한 초록일 뿐이었다. 그것이 무성하게 자란 풀이었고 그 사이에 달걀노른자 색 꽃이 달랑 하나 숨어 있었다는 사실은 오늘에서에야 자각하게 되었다.


"꽃이 왜 저기 있을까?"

"저기서 피고 싶었나 보다."

내 질문에 k가 대답했다.


나는 평소 옆을 잘 보지 않는다. 항상 걷던 길만 걷고 같은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래서 내게 옆면은 항상 흐린 색채였다.


우연히도 오늘은 여기가 내 앞면이고 k와 나는 나란히 그것을 향해 있었다.


k의 대답을 들으니 알겠다. 왜 저기에 혼자 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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