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은수 May 10. 2024

내 결혼식에는 행진이 없다

그와 결혼하는 꿈을 꿨다. 평수가 십이 조금 안 되는 원룸에서


하객은 창문 너머에 있는 고양이 두 마리가 전부였지만 저 둘 뿐이라 다행이다 싶었고 우리의 결혼식에 행진은 없었는데 그럼에도 좋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나란히 누워 손을 꼭 잡고 천장을 보는 게 우리의 결혼식이니까.


몸이 바닥에 붙은 채로 제일 높은 천장에 시선을 둘 수 있다 적어도 이곳에서만큼은 바닥도 천장도 우리의 것이 된 듯하다 그래서 좋았다고 말하고 싶었다


여기 있는 모든 소품이 내일 당장 사라지진 않을 것인데 내일이 쌓아 올린 언젠가에는 장담할 수 없다


그냥 우리의 사랑을 내일 당장은 사라지지 않는 공간에서 말하고 싶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추락하길 잘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