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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수 May 25. 2024

가까워지는 느낌

봄을 좋아했던 건지 좋아하는 척했던 건지 알 수 없다. 이젠 여름이 오고 있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다 조금씩 선선해지겠고 그러다 보면 손 발이 시린 계절을 맞이할 것이다.

그것까지 지나고 나면 다시 봄이 오지만 지나간 봄과 지나지 않은 봄은 다르다. 매번 다른 봄이어서 보내주는 일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는 아무렇지가 않다. 사실은 내가 봄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사계절 중 사계절이나 아파 본 경험이 있다. 어느 한 계절도 미워하지 않은 적이 없어서 선뜻 좋아할 수 없었는데 왠지 봄은 좋아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내가 미워한다고 그것의 본질이 달라지진 않겠지만 좋아할만한 것이 있다는 사실로도 숨구멍이 트였다. 그래서 힘껏 좋아하려 했다. 그런데 힘을 쓸수록 봄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다기보단, 봄을 좋아하려는 사람이 되어갔다. 비록 내가 그런 척했던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것에 가까워지고 싶었던 건 진심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습관처럼 살아 있는 게 행복이라 말하던 내 모습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 하는데에서 비롯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다행이다. 내가 봄에 가까워지려는 사람이고 삶에 가까워지려는 사람이어서.


이번 크리스마스는 내년 크리스마스에 비해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의 먼 날은 다가오는 느낌이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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