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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수 Jun 22. 2024

깨어도 나인밤

내 잠은 자주 산산조각 난다. 사방으로 흩어지는 잠 속에, 깨면 문득 내가 아닐까 두려운 순간도 있다. 걱정과 달리 깨어나도 나였고 밤이어도 괜찮았다. 어제의 사는 모양이 오늘과 닮아 있는 것도 내가 기대하고 의도한 것 중에 하나다. 지금처럼 계속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 아니면 사람으로 이루어진 책이 되고 싶다. 누군가 계속 읽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온 바람이다. 

산산조각 나면 우선은 흩어지겠지만 결국은 다시 모일수도, 더 멀리 흩어질 수도 있다. 내 잠도 그럴 것이다.  내가 진짜 책이 된다면 나를 읽는 사람에게 책갈피는 꼭 선명한 색깔로 사서 읽기를 권유할 것이다. 독자가 내 안에서 자꾸 길을 잃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끝에는 '다음 편에 계속' 이렇게 적어두고 싶다. 그러면 이 책은 끝나도 이 이야기는 끝이 아닌 게 되니까.

깨어도 나인 밤이 있다. 아니, 늘 그렇다. 그래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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