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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와 줘! '언젠가'야.

사랑합니다.

by 이은수

나는 내가 살아있다는 것에 관해서 항상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내 삶의 모양을 사랑하는 날은 언제쯤 찾아올지 몰랐다. 항상 내 삶이 더디고 부족해 보였다. 그래서 어딘가로 달려야 할 것 같은데 자꾸 숨이 차올라서 그곳에 눕기 바빴다.


나는 내 숨을 사랑한다. 하지만 내 숨을 제일 못살게 구는 것도 나였다. 언제쯤 숨도, 마음도 안정될 수 있을까. 글쎄, 언젠가겠지. 그렇게 나는 '언젠가'만 기다리며 살아왔다.


그런데 그 언젠가가 어제가 될 줄은 몰랐다. 오늘도 해당됐다. 물론 처음으로 일 생각을 하지 않은 주말이어서 일수도 있다. 그런데 그것만이 아닌 것 같다. 나란 사람에 관해 이야기만 들어왔을 뿐 내가 나에게 접속한 적은 없었는데 들어가 보니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기분이 좋으니까 오래 지속시키고 싶고, 어떻게 여기에 다다랐는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사랑에 빠질 만한 내 특징에 관해 주욱 나열해 볼 것이다.



- 잘 웃는다.

- 읽는 건 그다지 안 좋아하지만 쓰는 건 좋아한다. 머지않아 따뜻한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

-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고 최대치의 마음을 표현할 줄 안다.

- 정이 많다.

- 아이들을 좋아한다.

- 내 직업을 사랑한다.

- "너 덕분에 산다"라는 말을 두 명에게 들은 적이 있다.

- 내 가족들과 친구들이 진심으로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살아왔고 잘 지내온 내가 너무 기특하다는 생각이 든다.

- 그냥 나는 좀 특별하다.



이렇게 들여다보니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내일은 내가 싫어질 수 있겠지만 '언젠가'가 꽤 자주 찾아올 것 같고 그랬으면 좋겠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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