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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수 Jun 09. 2024

자주 와 줘! '언젠가'야.

사랑합니다.

나는 내가 살아있다는 것에 관해서 항상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내 삶의 모양을 사랑하는 날은 언제쯤 찾아올지 몰랐다. 항상 삶이 더디고 부족해 보였다. 그래서 어딘가로 달려야 같은데 자꾸 숨이 차올라서 그곳에 눕기 바빴다.


나는 숨을 사랑한다. 하지만 숨을 제일 못살게 구는 것도 나였다. 언제쯤 숨도, 마음도 안정될 수 있을까. 글쎄, 언젠가겠지. 그렇게 나는 '언젠가'만 기다리며 살아왔다.


그런데 그 언젠가가 어제가 될 줄은 몰랐다. 오늘도 해당됐다. 물론 처음으로 일 생각을 하지 않은 주말이어서 일수도 있다. 그런데 그것만이 아닌 것 같다. 나란 사람에 관해 이야기만 들어왔을 뿐 내가 나에게 접속한 적은 없었는데 들어가 보니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기분이 좋으니까 오래 지속시키고 싶고, 어떻게 여기에 다다랐는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사랑에 빠질 만한 내 특징에 관해 주욱 나열해 볼 것이다.



- 잘 웃는다.

- 읽는 건 그다지 안 좋아하지만 쓰는 건 좋아한다. 머지않아 따뜻한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

-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고 최대치의 마음을 표현할 줄 안다.

- 정이 많다.

- 아이들을 좋아한다.

- 내 직업을 사랑한다.

- "너 덕분에 산다"라는 말을 두 명에게 들은 적이 있다.

- 내 가족들과 친구들이 진심으로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살아왔고 잘 지내온 내가 너무 기특하다는 생각이 든다.

- 그냥 나는 좀 특별하다.



이렇게 들여다보니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내일은 내가 싫어질 수 있겠지만 '언젠가'가 꽤 자주 찾아올 것 같고 그랬으면 좋겠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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