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열아홉은 비를 피하는 꿈이었다.
달리지 못하는 꿈 안에서 달리려 애쓰는 어떤 한 사람이 나였다. 아주 느린 달리기 사이로 온몸을 쏟아버린 빗방울들이 엉키기 시작했고 엉킨 장면을 풀어보려 애쓰지 않아도 그것들은 제자리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항상 꿈밖에서 꿈을 끄적거리는 나는 너덜너덜한 종이일지도 모른다 느꼈는데 그 종이가 어쩌면 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고 여태껏 그림을 그렸던 건 지도 모르겠다.
어젯밤 친구가 거기도 비가 오는지 물었다. 안타깝게도 여기는 비가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