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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수 Jul 08. 2024

바다를 찾는 일은 너무 어려워서

며칠 전 루리 작가님의 긴긴밤을 끝까지 다 읽고 울었다.

바다를 찾는 일이 너무 고되고 힘들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다로 가는 길에는 너무 많은 작별이 있었다. 그럼에도 이름 없는 펭귄은 바다로 가야만 했다. 바다가 부서지고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려면 바다 앞에 가야 하니까.


나에게도 바다가 있다.

그건 글이다.

내 여덟 살은 너무 불운했다. 그 불운을 기억에서 조각조각 내는 것도 모자라 가루가 되길 바랄 정도였다. 그 가루들은 소설 곳곳에서 조금씩 흩날리고 있다. 한 소설에 너무 많은 가루를 뿌린다면 다시 회수하기도 한다. 드러내고 싶은 부분과 가려내고 싶은 부분이 양면처럼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요즘은 내가 자랑스럽다. 잘할 수 있는 일이 생겼다는 것과 그 일로 돈을 벌고 있다는 것. 그리고 여전히 돈은 안되지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도 행복에 보탬이 되는 것 같다.


앞으로 내 글도 긴긴밤을 지나 바다로 향하게 될 것이고, 어김없이 부서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할 것이다.

때때로 주변이 산산조각 날 때 더 선명해지는 꿈들이 있다. 내 모든 꿈이 무엇과 무엇의 사이를 비집고 태어났듯이 말이다.


다음생엔 이름 없는 삶을 살고 싶다. 불리지 않고 싶기도 하고, 부르지 않고도 안기는 법을 연구해보고 싶기도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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