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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수 Jul 28. 2024

케이크

“단단해져선 안 돼.”


희미해져 가는 의식 속 누군가의 목소리가 아스라이 들려왔다. 나는 특별한 어느 날을 장식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찰나의 기쁨을 선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내가 부드러워야 하는 이유는 단단해져서 굳어버리지 않기 위함이라고. 내가 소멸해 가며 들었던 목소리는, 태어난 직후에 들려온 목소리와는 결이 달랐다. 생애 처음으로 내가 누군가의 눈동자에 비춰 들었을 때. 나란 존재로 빛이 나던 그때.

나를 가둔 눈동자의 주인이 말했다.

“넌 나의 걸작이야.”


그거 알아? 나는 그 기억을 안고 사라져 가고 있어. 조각이 된 채로 남겨졌고, 지금은 굳어가고 있어. 태어나기 이전에 형태로 돌아갈지도 몰라.


그전에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나는 부드러울 때 보다 지금이 좋아. 굳어가서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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