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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 올림-

1분 동화

by 이은수

다들 나보고 눈을 감고 사는 것 같대. 그래서 여전히 살 수 있는 거라고.

사실 난 단 한 번도 눈을 감은 적이 없는데.


눈 위로 신발창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자주 보곤 해.

맨 발로 다니는 사람도 많고. 너희들이 좋아하는 고양이 젤리도 종종 봐.

아, 맞아. 너도 오늘 내 눈 밟은 거 알아? 그래도 내 눈은 끄떡없지.

모두들 날 믿어. 내가 무너질 거란 생각은 절대 안 해. 처음엔 누군가 날 믿어줘서 좋았어. 나는 땅인데 하늘을 나는 기분을 느꼈달까.


근데,

누군가 나를 믿을 때랑 모두가 나를 믿을 땐 무게가 달라.

가끔 내가 폭삭 가라앉으면 어떡하나 생각이 들어.

어디까지 가라앉을지 예상하는 데에 시간을 쓰곤 했어.


그럴 땐 이제 덜 밟히는 쪽을 생각하려고.

어디선가 나는 밟힐 테지만 어디선가 나는 밟히지 않고 눈을 뜰 테니까.


오늘은 낙엽이 뛰어가는 걸 봤어.

아, 너넨 모르지? 낙엽도 발 있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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