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을 관람하기 위한 영화관

1분 동화

by 이은수

구름이 사라져서 전 세계에 모든 흰 베개가 하늘로 떠올랐다.

비를 만들지는 못하겠지만 구름인 척하고 사람들을 안심시킨다.


사람 냄새가 묻은 베개들이라 사람들처럼 자주 싸우곤 한다. 참다못한 베개 하나가 소리를 질렀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고. 결국 그 베개는 자신의 지퍼를 내리며 솜을 뱉어내기 시작한다.


솜이 점점 줄어들고 베개를 에워싼 커버만이 하늘에 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베개들은 이제야 싸움을 멈췄다.


껍데기만 남게 된 베개는 찬찬히 땅으로 내려간다.

살포시 내려가 앉은 곳은 누각이었다.



"안녕, 구름?"

누각 아저씨가 말을 걸어왔다. 베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전 구름이 아녜요. 척한 것뿐이에요."

“그렇구나. 근데 난, 네가 진짜 구름인 줄 알았어.”

“하지만 평생 구름인 척할 순 없죠.”

누각에 누워 저 너머 하늘을 바라보니 베개의 눈에도 하늘에 뜬 베개들이 진짜 구름같이 느껴지긴 했다.

“저기 제가 있었군요. 지금은 껍데기만 남았지만. 전 쓰레기 장으로 가겠죠?”

애처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베개. 플라스틱 아저씨가 읊조리듯 말을 전했다.

“사실, 여긴 영화관이야! 구름을 관람하기 위한. 영화가 끝날 때까지 아무도 널 데려가지 못해.”


베개는 그 말이 당장 위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베개는 느끼게 되었다. 자신 역시 넋이 나간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보는 것도 생각보다 좋네요.”




그날 밤 베개는 솜이 가득 찬 몸을 한 채 다시 하늘로 떠오르는 꿈을 꿨다.

그곳에 영영 떠 있으려다가 아쉽게도 베개들에게 작별을 고하고 내려온다.


“다신 싸우지 마!”


베개는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가는 길에서 1초마다 다른 풍경을 마주한다.

지퍼를 열지 않았음에도 솜이 빠져나가 다시 껍데기뿐인 베개로 돌아왔다.

베개는 꿈에서 깨자마자 주위를 둘러봤고 여전히 자신이 누각 안에 있어 안심했다.

‘꿈이 아니더라도 같은 선택을 했을 거야.’


그때 저 멀리서 낯선 여자가 다가왔다. 여자를 알아본 누각이 베개에게 전했다.

"저분은 업사이클링 공방에 사장님이셔. 자, 이제 이 영화는 끝이 났어. 얼른 새로운 영화관으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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