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1분 소설

by 이은수

섣부르게 태어나버렸다.

내가 소음을 차단하는 귀마개로 다시 태어날 줄 알았다면 좀 더 고민하는 건데.


*


집 근처에 복권 집이 하나 있다. 이곳이 생긴 후 많으면 두 달의 한 번, 적으면 네 달의 한 번 사람들이 사라진다는 소문이 돈다.

더 무서운 건 사라진 사람들이 누군지에 관해선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 누가 사라지는지 조차 모르지만 사람이 줄고 있다는 허전함만 아는 것이다.


골목을 지나 내 키만 한 풀들 사이를 비집고 나아가면 대문이 바로 보인다. 마당이 꽤나 넓은데도 줄이 마당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1시간쯤 지나니 겨우 내 차례가 왔다.


"복권 사러 왔는데요."

주인은 붉은 안경테를 검지로 올리며 내게 물었다.

"처음이야?"

"네."

"우린 당첨되어도 돈은 안 줘."

"그럼 뭘 주는데요?"

"대신 다른 걸 주지. 일단 네가 당첨이야."

주인의 말에 내 뒤로 서있던 줄들, 아니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다들 돌아가주세요. 이번 달은 이 사람이 당첨이에요."

에라, 뭐야?, 뭔 기준이야?, 뭘 준단 거야, 궁금해서 왔는데 시간만 날렸네.

사람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자 주인이 소리쳤다.


"조용!"

주인이 소리쳤다. 그것도 아주 큰 소리로.

"다들 돌아가시죠."

나는 소리에 굉장히 예민하다. 특히 탁한 소리를 들으면 견딜 수가 없는데, 그가 소리칠 때의 목소리는 탁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소름까지 일게 했다.

"여긴 말했다시피 당첨되어도 돈을 주지 않아."

"그럼 뭘 주는데요?"

"다시 태어나는 거. "

"딱 하나 걸리는 게 있는데, 우리 부모님요."

"기억 못 해. 넌 처음부터 없던 사람이 되는 거야."

"잘 됐네. 부작용도 있어요?"

"기억하지 못해도 허전함은 느끼게 될지 몰라. 이유 없이 그리울 거고, 슬플 거야."


*


한 달 동안 고민할 시간을 준다 했다. 그러나 나는 그 시간이 아까워 거절했다. 고민할 시간에 다른 생을 조금이라도 먼저 붙드는 게 나으리라 생각돼서. 부작용은 모두에게 일어나지 않는다. 엄마는 집에서 누워만 있는 나를 보며 항상 울었고 아빠는 혀를 찼다. 엄마 아빠는 내가 기억에서 빠져도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 내 선택에 아무도 부작용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사라짐으로써 다시 태어나는 게 누구에게도 괴담이 되지 않기를.

동네를 거닐며 내가 느꼈던 허전함도, 나처럼 사라짐을 선택한 사람에게서 비롯된 거였다.


귀마개가 된 나는 이제 행복할까. 나 말고 다른 당첨자들은 어떻게 태어났을까 궁금하기도.

나는 나처럼 소리에 예민한 사람을 만났고, 그 사람의 집으로 가는 중이다. 갑자기 누가 내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지금의 내가 가슴이 있을 리 없는데. 기억하지 못해도 허전함은 느끼게 될지 모른 댔다. 나는 지금 기억함으로써 허전함을 느끼고 있다. 이건 내가 겪어야 할 부작용인가.


작가의 이전글슬픈 에세이 고쳐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