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소설
청아는 검은 배경에 비친 검은 그림자처럼, 눈에 띄지 않는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그녀를 처음 만난 이들은 세 번 이상 마주치지 않으면, 그녀의 존재를 기억하지 못하기 일쑤였다. 그런 청아의 삶에 이상형이라 할 만한 명확한 기준이 생긴 것은 스무 살 무렵 시우를 만났을 때였다.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즈음, 청아는 동아리방이 모여 있는 건물을 지나가던 중, 가두 모집을 하던 보드게임 동아리 회장의 손에 이끌려 이름을 적었다. 그 후 동아리방에 살다시피 지냈지만, 할리갈리와 루미큐브만 열심히 할 뿐 뒤풀이는 가지 않았다.
만약 가두 모집이 한참 지난 이 시점에 시우가 동아리에 들지 않았다면, 청아는 꾸준히 뒤풀이에 불참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우가 온날부터 청아는 뭔가에 이끌리듯 뒤풀이에 빠짐없이 참석하게 되었다. 시우는 잘생기진 않았지만, 편안하고 친근한 인상을 풍기며 청아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끌어당겼다. 특히 청아에겐 시우가 웃을 때, 살짝 처지는 눈꼬리마저 귀여워 보였고 그 미소가 마치 누구에게나 번질까 봐 마음 한편에서 괜히 조마조마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감정이 여러 가닥으로 뒤엉켜 청아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어떤 날은 잔잔하게, 또 어떤 날은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이.
시우는 아재개그를 좋아해서 늘 주위 사람들의 원성을 샀지만, 청아만은 그의 개그에 곧잘 웃어줬다. 잘 떠들고 잘 웃는 조합인 그들은 어느샌가 친구가 됐다. 하지만 친해진 이후부터는 괜히 더 티격태격되기도 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동아리 방에서 이상형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청아는 대답했다.
"시우만 아니면 돼요. 얘 정반대가 제 이상형이에요."
청아는 시우를 손짓하며 말했다. 시우는 타격감이라곤 전혀 없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면서도 시우는 뒤풀이에서 술을 깨고 싶을 때마다 청아를 데리고 나갔고 청아도 항상 싫은 체하며 이끌려 갔다.
"뒤풀이 재미없지?"
시우가 메로나를 뜯어주며 청아에게 물었다.
"나? 재밌는데?"
"나 때문에?"
청아는 메로나를 크게 한입 베어 물고자 입을 벌렸지만, 시우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입술을 서서히 오므렸다.
"응."
*
"그때, 나는 네가 잘생겨 보였다니까? 미친 거지."
청아는 맥반석 오징어를 어금니로 살짝 뜯으며, 소파 가장자리에 몸을 기댄 채 조용히 말했다.
"원래 연애는 미쳐야 시작해. 나도 그땐 네가 예뻐 보였거든."
시우의 말에 청아는 그럴싸하다고 느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가끔 그런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그림자끼리 만났다고. 누구 하나 더 빛나지 않아, 그저 평온하고 어딘가 모르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며. 빛이 없다면 그림자도 없겠지만 그 빛이 우리는 아니라서 다행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