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소설

by 이은수

윤비는 달력에 모든 기념일을 기록해 놓았다. 3월에 들어서자 달력이 빼곡히 채워졌다. 3월 22일 세계 물의 날, 3월 23일 국제 강아지의 날, 그리고 세계 기상의 날. 윤비는 기념일을 적다 보니 세상이 매일 어떤 날들을 기념하기 위해 숨 쉬는 것 같다 느꼈다. 눈을 뜨면 알아서 기념일을 기념해 주는 세상. 그때마다 윤비가 하는 일이 있는데, 거창한 것은 아니다. 책을 읽는 일, 강변을 걷는 일, 기도하는 일, 웃는 일, 우는 일 등등. 이런 것들이야 말로 세상이 정해준 기념일을 맞이하는 윤비만의 조용한 의식이다.


윤비의 가장 친한 친구 은수는 3월 20일에 생일이었다. 윤비는 생일을 누구보다 즐기는(거의 일주일 내내 들떠 있는) 은수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 은수야 오늘 국제 행복의 날이라더라. 행복하자

- 알아, 그리고 또 무슨 날인지 알아?ㅋㅋ

- 뭔데?

- 세계 참새의 날 이래. ㅇ0ㅇ

그렇다. 윤비의 친한 친구 은수는 그날 국제 행복의 날 게시물에 종종 태그 되었으며, 참새 사진도 한가득 전송받았 다고 한다.


모든 날은 세상의 숨이다. 그 한숨, 한숨을 타고 우리는 공기 중으로 퍼져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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